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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형사 사건 서류 제3자에게 전송

by 기담

최근 부산지방법원 제4-1형사부는 피고인 A에게 제기된 개인정보보호법 및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공소기각 판결(2024노3023, 2025. 5. 15. 선고)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형사재판 과정에서 열람·등사한 진술조서를 노조 인사에게 전송한 행위가 쟁점이었으나, 재판부는 본안 판단 이전에 검사의 직접 수사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제기의 절차상 위법성을 지적하며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형사절차 위반을 넘어서,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다목의 해석과 관련하여 중대한 법적 논점을 던진다. 즉,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범위에 관한 해석이 그 중심이다.


1. ‘직접 관련성’의 의미에 대한 법원의 제한적 해석


재판부는 검사의 직접수사권에 대한 제한을 강화한 2022년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직접 관련성’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였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였다.


범죄사실의 수단·방법이 유사하거나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피의자가 공범 또는 동일한 범죄행위자이어야 한다는 인적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같은 조직 내에서 발생한 별개의 범죄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검사의 자의적 인지수사 범위를 통제함으로써,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강화하겠다는 입법적 취지에 충실한 판단이다.


2. ‘절차적 위법’에 대한 단호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검사가 본래 수사 대상인 배임수재 사건과는 무관한 피고인의 조서 전송 행위를 별도로 인지하여 기소한 것은 공소제기 절차상 중대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형사소송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도 않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처럼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인 경우, 본안에 대한 판단이 배제된다는 점은 형사소송법상 중요한 원칙이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대한 제도적 견제의 핵심이다.


3. 검사의 수사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함의

본 판결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행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향후 모든 직접 수사 개시 단계에서 “직접 관련성”이라는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와 입증 책임이 검찰에 있음을 확인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J노조의 고문변호사이자 공동변호인으로 활동하였던 인물이며, 수사과정에서 입수한 조서를 조직 내부로 전달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검찰이 피고인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는 노조 내부의 권력투쟁이나 정치적 갈등 요소도 엿보이는바, 더욱 엄정한 중립성과 절차의 적법성이 요구되었다.


형사절차는 단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정한 법치주의와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이다. 검사가 아무리 공익의 대표자라 하더라도,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는 점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이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원칙을 재확인한 사건이며, 향후 검찰의 직접 수사권 행사에 있어 입법 취지에 충실한 절제와 합리적 판단이 요구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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