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훼손된 교량 방치, 사망 사고로 이어져…과실 80% 인정, 일부 배상 판결
대구고등법원이 태풍 피해로 파손된 교량에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경주시의 관리책임을 인정하고, 해당 교량에서 추락사한 청년의 유족에게 일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사망자가 방책을 무단으로 옮기고 교량에 진입한 점을 들어 경주시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고(故) E씨는 2023년 8월 6일 경북 경주시 무과 제2교를 건너던 중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 교량은 이미 2022년 9월 태풍으로 교각 일부가 파손된 상태였고, 경주시는 철거와 신설 사업을 계획했지만 철거가 미뤄진 채 플라스틱 방책만을 세워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당시 방책은 무게나 고정력이 부족해 마을 주민들도 쉽게 옮길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경주시의 책임을 부정했으나, 대구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태현 부장판사)는 2025년 5월 15일 선고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경주시가 유족에게 총 135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교량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난간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전무했고, 방책은 보행자가 손쉽게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부실했다”며, “이러한 상태는 ‘영조물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국가배상법상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망인 역시 통행이 금지된 교량에 스스로 진입했고, 인근에 우회 가능한 교량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경주시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고인은 사망 당시 27세였고, 차량 정비 업체에서 월 약 168만원을 벌고 있었다. 법원은 일반노동자의 일용임금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가동연한 65세까지의 손해를 반영해 손해액을 산출했다. 하지만 과실 상계로 인해 손해배상액은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고인의 부모 A씨와 B씨에게 각 64,778,768원, 남매인 C씨와 D씨에게는 각 3,000,000원의 위자료만을 인정했다. 당초 유족은 부모 각 1억9500만 원, 남매 각 2천만 원 등 총 4억3천만 원 상당의 배상을 요구했지만, 대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경주시는 2022년 말부터 해당 교량 철거 및 신설 설계를 진행하고 있었고, 예산 문제로 철거가 지연된 사정은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최소한의 안전표지판이나 난간 설치 없이 방치한 점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