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SK하이닉스는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의 주도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이하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과의 독점 공급 계약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HBM은 기존 DRAM 대비 수 배 높은 단가와 전력 효율성을 갖춘 메모리로, AI 연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Hopper, Blackwell 등)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는 HBM3, HBM3E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기술력과 생산 안정성을 기반으로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누가 AI 메모리를 지배하느냐’는 질문에 현재 글로벌 시장은 명확히 SK하이닉스를 가리키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환경의 변화는 실적에도 명확하게 반영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매출 13조 4,000억 원, 영업이익 2조 1,000억 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이 50%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2년여 만에 두 자릿수 이익률(15.6%)을 회복한 것이어서, 단순한 업황 회복 이상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이 HBM 제품군에서 발생했다는 점으로, 수익의 질 자체가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부터 HBM3E 제품의 수율 안정화 및 양산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마이크론 역시 TSMC와의 협업을 통해 AI 전용 메모리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DRAM, NAND 시장의 ASP(평균판매단가)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HBM 외 포트폴리오의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이기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이 ‘수급 조절 → 재고 조정 → 가격 회복’이라는 전통적인 구조를 따라간다면, HBM은 그 흐름 자체를 바꾸는 ‘비순환형(high-value chain)’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실적이 반도체 업황과 분리되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리서치센터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5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단기적인 조정 국면에서도 매수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향후 2~3년 내 HBM4 출시, AI 반도체 확장,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들의 서버 투자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의 주가 수준은 여전히 ‘재평가 구간 초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SK하이닉스는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 공급자’라는 위치를 굳히고 있으며, 이는 곧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동반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의 기술 추격, 글로벌 정치 불안정성, 중국향 수출 규제 등의 변수는 지속적으로 관찰해야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반등의 선두주자로서 가장 강력한 투자 매력을 가진 기업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