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후 이어진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함께 국내 화장품 업계, 이른바 K-뷰티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실제 실적 회복 속도는 시장의 예상을 하회하고 있으며, 특히 주요 소비국이었던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세가 기대만큼 가파르지 않다는 점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우려와 혼란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한때 전 세계 화장품 수출 3위권까지 올라섰던 K-뷰티는, 중국 내 중산층 확대와 한류의 확산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중국의 내수 중심 소비정책, 현지 브랜드의 부상, 그리고 한한령 여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입지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동남아, 일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전통적으로 면세점 비중이 높은 영업 구조 탓에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최근 설화수 브랜드의 리뉴얼과 북미 시장 내 온라인 채널 확장 전략을 통해 점진적인 반등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 증가했고, 영업이익 또한 두 자릿수 회복세를 기록하면서 브랜드 회복의 가능성을 시장에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저가 브랜드군은 경쟁 심화와 브랜드 노후화로 인해 성장성이 제한적이며, 면세 매출 회복 속도 또한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단기 실적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 ‘후(Whoo)’와 기능성 브랜드 CNP의 안정적인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중국발 소비 위축과 리오프닝 기대 과잉으로 주가가 크게 조정된 이후, 2025년 들어서야 실적과 주가 모두 완만한 반등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북미를 포함한 해외 채널 확대에 전략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뷰티 외에 리빙·헬스 부문에서의 사업 다각화가 기업 전체의 실적 안정성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브랜드보다는 제조에 초점을 둔 ODM 전문 기업들, 특히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와 같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북미, 일본, 중동 등 주요 선진국 및 신흥시장 브랜드로부터의 주문자상표생산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 현지 시장에서 K-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한국콜마는 2025년 들어 북미 수출 비중이 두 자릿수를 상회할 정도로 외연 확장에 성공했으며, 국내 시장 역시 고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실적 방어력이 높은 편이다. 이처럼 ODM 기업들은 소비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브랜드 기업보다 한층 더 안정적인 중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산업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2025년 K-뷰티 수출 총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약 87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45%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 6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던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분산된 수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며, 동남아와 북미, 일본 등의 성장 기여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현재 시점에서 화장품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 전략은 보다 신중하고 선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미 기대감에 따라 일정 부분 주가 반등이 선반영된 상황에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들은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적 가시성이 높고, 해외 수출 채널이 견조하며, 프리미엄 포지셔닝에 성공하고 있는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콜마와 같은 ODM 대형주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대표 주자로 평가되며,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역시 하반기 면세점 회복 및 북미 채널 수익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재차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2025년은 K-뷰티 업계가 다시금 성장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도모하면서, 전통적인 중국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글로벌 다변화에 성공할 수 있느냐가 업계와 종목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