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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육신을 모신 대구 육신사와 태고정

by 어린왕자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육신사는 조선 세조 때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음으로 충절을 바친 사육신 박팽년, 하위지, 이개, 성삼문, 유응부, 유성원 등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사당이다.


충절문을 시작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배롱나무꽃이 길 양 옆으로 주욱 길게 늘어서 있다. 한참 동안 춤을 추고 동영상을 찍다가 주르륵 흐르는 땀을 한바탕 식히고 또다시 한 바퀴를 돈다.

덥다 더워를 연발하면서도 배롱나무꽃의 황홀한 반김에 스르륵 빨려들 듯 앞만 보고 천천히 눈호강하며 들어간다.

입구 한 편에 관광객을 위한 창구가 있다. 딱히 주차장이라 표시된 곳은 없지만 이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더위에 육신사를 지키는 아저씨에게 가볍게 묵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규모가 엄청나다. 싱그런 초록이 우리를 먼저 반기고 둥그런 연꽃잎이 고개를 내밀며 반가운 미소를 짓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탁 트인 공간이 시원하고 정갈하다.


처음 사당을 지을 때는 충정공 박팽년 선생만을 기렸으나 선생의 현손인 박계창이 선생의 제삿날 사육신이 함께 사당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꿈을 꾼 후 나머지 분들의 음식도 장만하여 함께 제사 지냈다고 한다.


그 뒤 하빈사를 지어 이들에게 제사 지내다가 1694년(숙종 20년) '낙빈'이란 현액을 하사 받아 사액서원이 되었다. 1866년(고종 3년) 서원철폐령으로 낙빈서원이 철폐되자 제사를 지내지 않다가 유림들에 의해 그 자리에 사당을 세워 사육신을 봉안해 왔다.

1974년부터 1975년 사이 '충효 위인 유적정화사업'에 의해 지금의 육신사를 건립하였으며 2003년부터 2011년에 걸쳐 충절문을 세우고 전통가옥을 복원하였다고 전한다.


태고정은 성종 10년에 사육신 중의 한 사람인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이 건립한 정자다. 원래는 종가 안에 붙어 있던 별당 건물이었는데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때 불타 일부만 남아 있다가 이를 광해군 6년(1614년)에 다시 지었다고 전한다.

현재 대청에는 윤두수의 한시를 새긴 현판이 있고 정유재란 뒤에 이곳에 온 명나라 선무관이 남긴 현판 등이 걸려 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이 정말 줄줄 얼굴을 타고 목을 타고 등을 타고 쉴 새 없이 흐른다. 손수건으로 닦고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도 무심하게 물을 퍼붓듯 타고 내린다.

상사화는 더위도 잊은 채 다소곳한 자태로 태고정 앞 뜰에 수줍게 피었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 하려 대청마루에 걸터앉고 싶었으나 올라가지 말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잠시 엉덩이를 붙였다 이내 일어서고 만다.



그래도 작위적인 포즈 하나는 남겨야지.

숭정사로 들어갈 수 없어 담장 너머로 고개만 기웃거렸다.

떨어진 배롱꽃을 주워 초록과 마주한다. 색의 대비가 이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양산을 든 손도 떨리고 카메라를 든 손도 떨리고 제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웃어 젖히다 보니 더위에 미친 여자들 마냥 손으로 휙휙 부채질까지 해 본다.



도곡재는 사육신 중 한 사람인 박팽년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묘골마을에 있는 고택이다. 이 건물은 정조 2년(1778년) 대사성을 지낸 서정공 박문현이 지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곡재 마루에 걸터앉아 한여름 뜨거운 커피를 내린다. 편의점에서 산 얼음을 드립커피에 띄워 무더운 여름을 잠시 식힌다. 더위가 좀 가실까.

음~~ 역시 맛이 끝내준다. 땀을 흘리면서도 맛있는 커피는 포기를 못 하지. 이 무더위에 뜨거운 커피를 내리고 있는 우리는 용감하고 때론 바보스럽고 때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한다. 커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더위에 지쳐도 마음은 풍요롭고
가만히 올려다본 하늘은 이미 푸르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눈을 감으니
이곳에 온 이유를 이제야 깨닫네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부리며 떠오른 시구를 읊조려 본다. 캬~~ 괜찮다.

충효당은 인조 22년(1644년) 충정공 박팽년의 7대손인 금산군수 박숭고 선생이 별당으로 건립한 후 충효당으로 이름을 바꾸어 청년에게는 음압, 궁도, 미술 등을 실습시키고 부녀자에게는 법도를 가르쳤던 곳이다.

그 옆으로 사육신 기념관도 보인다.

육신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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