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탄생지와 태실, 그리고 보탑사
충북 진천 여행길에
충북 진천 여행길에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 그리고 진천군 보련산 자락에 위치한 보탑사를 둘러보았다. 김유신 탄생지가 진천에? 사실 사전 정보도 없이 찾은 길이라 미숙했지만 함께 간 식구들이 많아 더위에 찌들지 않게 그들의 심사를 보전하며 움직여야 해서 후딱후딱 쳐다만 보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곳 충북 진천 계양마을 길상사(절이 아닌 사당)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흥무대왕 김유신이 탄생하고 성장한 곳이다. 김유신은 이곳에서 태어나 화랑이 되었으며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을 막아냈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었으며 당나라의 세력을 몰아내고 자주성을 지키는데 공헌했다고 전해진다.
김유신은 신라 관등의 최고 관직인 태대각간을 지냈고 흥덕왕 10년에는 흥무대왕으로 추봉 되었으며 고려시대에는 국가에서 주관하여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탄생지 일대에는 당시 식수로 사용되었다는 연보정이 지금까지 보전되어 오고 있다.
김유신 태실은 산으로 더 올라가야 볼 수 있다. 힘들고 지쳐 아무도 올라가지 않으려 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혼자 후딱 다녀올 수도 없어 입구 터만 감상하고 왔다. 이곳까지 왔는데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태실은 태어날 때 나온 태를 따로 보관한 시설을 말한다. 김유신 태실은 자연석으로 둥글게 기단을 쌓고 봉토를 마련하였으며 대령산 꼭대기를 따라 돌담을 산성처럼 쌓아 신성한 구역임을 표시했다. 이 태실은 <삼국사기>와 역대의 지리지에 김유신의 태를 묻은 곳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지금 남아 있는 태실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실 축조의 형식을 가진 것으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전한다.
김유신의 아버지는 진천(옛 만노군)의 태수였는데 업무를 보던 곳에서 태어나 그곳에 담을 치고 담안밭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같이 간 사람들이 뭐 하러 저기 벌판을 가느냐고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사진만 찍고 오겠다는 허락을 받고 부랴부랴 더위를 뒤로 하고 달려서 찍는 탓에 사당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럴 때 여행은 혼자가 편하다.
이제 보탑사로 간다.
충북 진천에 있는 보탑사는 고려시대 절터로 전해지던 곳에 비구니 스님인 지광, 모순, 능현 스님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황룡사 9층 목탑을 모델로 하여 만든 이 목탑은 강원도산 소나무를 자재로 하여 단 한 개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을 고수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아파트 14층 높이와 맞먹는 규모라 전한다.
1층은 대웅전, 2층은 법보전, 3층은 미륵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 대웅전에는 4방불이 배치되어 있다. 2층에는 윤장대를 두고 팔만대장경 번역본을 안치했고 한글 법화경을 돌판에 새겨놓았다. 3층 미륵전에는 화려한 미륵삼존불을 모셔 놓았다.
나는 사실 경내 3층으로 오르는 전각은 처음이다. 실제 이런 곳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꼼꼼하게 둘러보고 바라본 건 아마 처음이지 싶다. 법주사도 올라가 봤던 기억은 있지만 내부의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 또한 1층 대웅전에 모셔진 4방불을 외고 머리에 넣느라 어지러웠다.
보탑사의 산신각은 너와지붕을 얹은 귀틀집 형식이다. 산신각을 오르는 길은 너른 돌을 놓아 만들어 오르고 내리기 편리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건 나와 친구 둘 뿐이다. 모두 나무 그늘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며 앉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아까워 온 절간을 종횡무진한다. 어서 내려오라 불러도 조금만 조금만 되뇌며 서두르게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이것까지는 보고 가야지
이 정도는 답사를 하고 가야지.
그들에겐 나의 쓸데없는 짓거리다.
보탑사의 적조전은 와불 열반적정상을 모셔 놓았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 아담하다. 같이 간 다른 친구는 와불 앞에 누워 부처님과 맞짱 뜨고 있다.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방정을 떨고 있기에 엉덩이를 차 버렸다.
이런 무례한 지고.
적조전 앞에 부처님의 발자국을 새긴 연꽃 모양의 돌받침이 놓여 있다. 색다르다.
보탑사는 지금 작약으로 예쁘게 감싸 있고 절내 어느 곳을 구경해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일주문 앞에 있는 370년 된 느티나무도 자랑거리다.
한 바퀴를 돌다 내려오니 친구들이 일어선다. 엉덩이 한 번 붙여보지 못하고 바로 따라나섰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 또한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