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남은 우리 엄마

<엄마도 아시다시피>ㅡ천운영

by 어린왕자


엄마의 자리는 다양하다.
천운영 작가의 <엄마도 아시다시피>는 다양한 형태로 '엄마가 되지 않은 여자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손수건을 챙기지 못한 것 때문에 엄마의 부재를 느끼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늙은 아들의 강한 애착을 느끼게 하는 자리일 수도 있고, 늙어가는 여자의 화장을 걷어내면 그 맨얼굴에 그저 여자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개새끼들을 키우면서 자식보다 어쩌면 개들에게 더 애착을 보이는 개 엄마가 될 수도 있다.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엄마가 핫도그를 먹고 자살한 것일 수도 있다. 아이의 바람이 엄마로 하여금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엄마의 마지막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를 위해 엄마가 죽는다 처럼.



몇 년 전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찌 지내느냐고. 나는 엄마를 잃었다고 했다. 그래 슬프겠구나 라는 위로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너 이제 고아구나."

'고아'라는 말의 어색함이 머리를 때렸다. 너 참 안 됐다. 이제 부모가 없어서 어떡하니? 라는 마음의 위로를 건넨 걸까. 나는 평소 그녀 말의 의미를 잘 아는지라 별 게의치 않았다. 죽음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는데, 예외 없이 모든 인간은 누군가의 부모로 늙어가고 그러다 죽어가는 게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슬픔이 왜 그 당연함이 고아라는 말로 표현되어야 할까. 씁쓸함이 고인 하루였지만,

그날 나는
고아라서 슬프지도 않았고
고아라서 아프지도 않았다.


엄마의 목소리를 되살리려 애쓰며 엄마와의 분리를 온몸으로 슬퍼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모든 인간은 부모로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식으로 태어나 자식으로 죽어간다는 명백한 사실을 환기시키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위안을 삼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엄마라는 존재가 늘 가슴에 남아 있어서.




어머니를 잃고 나서야 엄마가 생각났다. 손수건을 챙겨받지 않았다는 것을. 어머니 대신 식당 여자가 앞치마를 챙겨 주었다. 흘리지 말고 먹으라고.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를 잃은 사람의 몸에서는 특별한 체취가 풍긴다는 것을. 어머니를 잃은 사람의 얼굴 어딘가에 특별한 표식 같은 게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엄마가 없어 ㆍㆍㆍㆍ난ㆍㆍㆍ ㅡ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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