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새 시대를 맞이하는 한 귀족의 자존심

시칠리아 귀족 돈 파브리초의 몰락ㅡ<표범>

by 어린왕자


이탈리아 공화국 형성에 반대하는 살리나 가문의 몰락을 지켜보는 한 사나이 돈 파브리초의 이야기를 다룬 <표범>은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걸작으로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이다.

돈 파브리초 그의 가문은 양 시칠리아 왕국 페르디난도 2세 국왕이 하사한 은제 그릇과 표범이 장식된 문양에서 그들의 귀족적 위엄과 신분을 알 수 있다. 영주 파브리초는 좀은 거만하게 지금의 양 시칠리아 어린 국왕 프란체스코 2세를 알현한다. 어린 국왕도 호색가인 돈 파브리초를 비아냥하듯 콘체타의 안부를 묻곤 한다. 영주 파브리초는 국왕을 알현하고 나오면서 두 왕국 중 누가 이길까를 되뇌며 이름을 방명록에 이름을 쓴다.

표범 문양이 새겨진 그의 가문이 오래 존립하길 원하지만 ㆍㆍㆍ.


이탈리아의 독립과정을 보면 프랑크 왕국이 분열되면서 이탈리아는 중 프랑크가 된다. 962년 독일의 오토 1세가 이탈리아를 병합하고 신성 로마 제국을 세우게 되고 제노바와 밀라노 등 도시국가가 분립한다.

초기 신성 로마 제국 황제는 로마의 영광을 되찾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14세기에 신성 로마 황제들은 이탈리아 경영을 포기한다. 1516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카를이 카스티야 연합 왕국과 아라곤 왕국의 왕위를 이으면서 사르데냐 왕국, 나폴리 왕국, 시칠리아 왕국을 상속받는다.

1519년 신성 로마 황제 카를 5세로 선출되면서 다시 이탈리아를 간섭하기 시작하고 프랑스와 스페인의 이탈리아 전쟁을 치르면서 카토캉브레지 조약으로 스페인의 우위가 확정되면서 1700년까지 이어지며 베네치아 공화국도 오스만의 발흥으로 쇠락하게 된다.

이때 유일하게 국력을 신장시킨 사보이아 왕국은 프랑스 영향권에 들기도 했지만 일소시켜 버렸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과 사국 동맹 전쟁이 종결되면서 시칠리, 나폴리는 오스트리아에 병합된다. 또한 18세기말 나폴레옹 전쟁으로 사르데냐, 시칠리아, 나폴리를 제외하고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빈체제에 항거하며 통일 운동을 전개한다. 가리발디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이 완성되던 시기 붉은 셔츠단 의용병 1천여 명을 이끌고 시칠리아에 상륙하고 대부분 일곱 개 공국의 왕국은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영향 아래 있었고 시칠리아는 양 시칠리아에 속해 있었고 스페인 부르봉 왕조의 지배하에 있었다. 1860년 5월, 부르봉 왕조는 사라지고 시칠리아는 사르데냐 왕국에 합병되었다. 이때 합병에 의한 국민투표가 조작되어 신생 왕국이 신뢰를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표범>은 영화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래사막 같은 황야의 배경이 돈 파브리초를 닮은 듯 그의 감정에 이입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책 표지도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인데 완벽한 서사와 구조에 몰입도는 최상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접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넷플릭스는 각색이 많이 되었다고 해서 권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보시고 책을 보셔도 좋고, 책을 보시고 영화를 보셔도 좋다. 서서히 몰락해 가는 자신의 가문을 지켜보는 돈 파브리초, 그렇다고 그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못하지도 않는다. 몰락하는 그의 권력을 그는 결코 애석해하지도 않는다. 조용히 새 시대를 마주하는 그의 자존심이 오히려 모래사막의 광활한 황야를 닮아 멋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