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스토리에서 다시 숨을 쉰다

무모하지 않게 거창하게

by 어린왕자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 또한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여기저기 작가라 칭하고 책을 쓰고 전자책을 내고 글쓰기 강의와 강연을 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도 그런 부류에 속해 보는 것이었다. 작가라는 소리를 들어 보고 책을 내보자 권유도 받아 보고 그러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쩌면 궁극의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네이버블로그를 다시 만들어 책을 읽고 쓰기부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지 않았던가.

2년 넘게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올렸다. 심지어 쓸거리가 많을 때는 하루 두 편 포스팅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의 근본 취지는 독서로 인한 지인들과의 만남, 그로 인한 나의 글쓰기를 선보이고 피드백을 통한 책 읽기 능력이 향상되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것, 그리고 아직도 종이책을 선호하고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종이 향기를 꾸준히 전해주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시작은 그렇게 무모하지 않게 거창했다.

하루 한 권 읽은 책의 후기를 토로하면서 책과 친한 사람들을 이웃으로 추가해 혼자 또는 같이 공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마음을 전하기도 하면서 친교 했다. 이웃도 생각보다 넘쳐났다. 이웃들에게 무언가 한 마디라도 공감의 손짓을 보내기 바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책을 읽고 공감을 표현하는 이웃들이 줄어들었다. 신상 카페가 넘쳐났고 한 번 다녀간 음식점들은 모두 맛집이며 가볼 만한 곳이라 소개하는 글들 ㅡ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ㅡ이 문전성시를 이루듯 즐비하게 줄을 세우며 피드를 장식했다. 나도 시간을 내서 예쁘고 멋진 카페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읽고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보다 카페 소개나 음식점 소개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소개하는 지면이 줄어드는 걸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나의 감정들도 그런 곳으로 빠져들면서 오늘은 어디가 새로 생겼네,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신상 카페를 구경하는 것이, 가볼 만한 음식점을 눈으로 맛보는 것이 책보다 먼저가 되고 말았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함에도 자기가 목표한 것을 하면 되지 않는가? 그렇다.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한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정말 진짐으로 하지 않았다. 네이버블로그에 더 열성을 다했다. 이제 다시 브런치스토리로 돌아와 열성을 다하고 더 애정을 가져야겠음을 느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은 많다. 그러나 나 자신이 그런 공간을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한 것도 실수 아닌 실수다. 여기저기 짧은 글을 쓰면서 나 같은 사람도 있음을 알리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뚜렷한 입지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리하는 것이 옳은 일임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느낀다.


땅에 떨어진 어린 밤톨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휩쓸려 잠시 비켜나 숨 고르기를 한다.나를 닮았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다시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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