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으니까, 써야 하니까, 그래서 씁니다

글쓰기는 늘 어렵습니다만

by 어린왕자
카페 휘게


햇살 좋은 길목에 오래된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양산 통도사 주차장 옆에 위치한 카페인데 그곳을 스쳐 지나가다 간판만 봤거나 아니면 건물 그 자체만 보고 지나쳤습니다. 일반적인 주택에 뭐라도 하나 해 볼까 하는 마음에 음식점도 열고 편의점도 열고 고가구점도 열었겠거니 했습니다. 주변의 풍경이 그리 말해주더군요. 여러 가게들이 임시 휴업 상태이거나 대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습니다. 그곳은 소위 sns에서 뜨는 핫한 거리도 아니고 핫한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젊은이들이 찾는 길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풍스러운 길도 아닙니다. 그 길을 산책 삼아 걷는 것보다 차를 타고 휘리릭 지나는 것이 더 익숙했으니까요. 그 길에 놓인 카페가 어떤 날은 정오가 넘어도 문이 닫혔고 또 어떤 날은 주인장이 바빠서 쉰다고 문을 걸어 잠갔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 그곳을 지나는데 내가 갈 때마다 문이 닫힌 걸 보고는 오히려 더 궁금해졌습니다. 왜 하필 그날마다 자리를 비울까? 하고요. 언제 한 번은 절묘한 타이밍에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통도사 주차장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친구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해서 혹 문이 열렸나 가 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그 집 커피가 맛있었다 했거든요. 그러고 보면 친구는 그 카페를 가 보았나 봅니다. 이곳 근처에서는 그나마 괜찮았다고 다시 가보자 했습니다. 마침 문이 열려 있더군요. 동년배로는 더 돼 보이는 남자 주인장이 미소를 띠며 반깁니다. 나는 별 기대 없이 갔는데 환대를 받고 보니 커피도 맛있겠다는 확실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이외에도 어떤 일을 하실까 둘러보는데 이국적인 물건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뭔가 다른 일을 병행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 커피가 맛있었던 것 같아."


'맛있다'가 아니라 '맛있었던 것 같아'라고 하는 걸 보면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인가 보더라고요. 친구도 몇 번을 왔다가 돌아갔다 했고 주인장은 세미나로 며칠 자리를 비운 적이 많았다 했습니다. 조금 이른 오전 시간이라 따뜻한 커피가 유혹했습니다. 테이블 한 곳에 벌써 손님이 계셨습니다. 오늘은 일찍 카페 문을 열었나 보더라고요. 분위기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주인장의 관심사가 보이더군요. 이국적인 예쁜 찻잔도 진열해 놓고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모퉁이 한편에 시집도 진열해 놓고 필요하시면 무료로 가져가라는 배려 섞인 메모도 보였습니다. 대체로 정돈되고 깔끔한 분위기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만납니다. 부산에서도 오고 양산에서도 오고 제각각 다른 곳에서 오다 보니 만나기 편한 장소로 통도사를 택했습니다. 통도사는 독서모임이 아니더라도 거의 매주 찾기에 여유로이 사찰 구경도 할 수 있고 사계절 모두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둘러볼 데도 많은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이래저래 좋은 곳에 우리들의 아지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장님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었습니다. 목요일은 어디 가지 마시라고, 일찍 문을 열어주십사 하고.


"여기서 글 쓰면 잘 써질 것 같아요?"


단박에 주인장은 우리에게 글을 쓰시는 분이냐 물으십니다. 아니요, 그냥 글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고개만 끄덕이고는 분위기가 괜찮은 2층으로 오릅니다. 손님이 없지만 손님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는 오길 잘했다며 서로에게 덕담을 하기 바쁩니다. 그랬습니다. 여기는 혼자 조용히 앉아 있으면 글감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여겼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물결칩니다.


제 친구들 중 글 잘 쓰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미 작가로 등단한 사람도 몇 명 있고요.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공감능력도 뛰어나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름을 느낍니다. 어떤 작가는 국어사전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잘 쓰지 않는 순우리말을 익혀 두었다가 글 속에 녹여내면 특별한 글이 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 노력 없이 작가가 되었을까 마는 글 쓰는 작업이 쉬운 작업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도 얼마나 많은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으며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기까지 각고의 세월을 감내했을까 가히 존경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달지 않은 마카롱을 앞에 두고 우리도 이곳에서 작가랍시고 제대로 된 글쓰기 한번 덤벼봅니다.


이미 우리도 작가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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