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지는 나이입니다

감포 해국길 아침 풍경

by 어린왕자
감포 해국길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무거워질 필요가 있는 골목길입니다. 함부로 지껄이거나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는 헤픔은 조금 삼가야 할 골목길이죠. 누군가 이 마을 골목길을 지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 마을의 조용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 아름답게 거닐어야 할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사람이 한결 아름다워지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우리도 그들의 삶을 기웃거려야 하기에 좀은 천천히 한 발 물러나 들여다볼 여유를 만들어야 하지요. 일전에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우리도 들른 곳입니다. 감포 해국길의 골목길 풍경은 잔잔한 바다의 파도만큼이나 넉넉했지요. 한껏 부풀게 밀려왔다가 조심스레 밀려나 놓아 버리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지요.


카페 벽면에 그려진 따뜻한 벽화에 이끌려 넉넉함을 맡고 싶어 들어가 보려 했으나 그 위 계단길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헤픈 웃음을 남발하고 말았지요. 골목길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 우리만 있는 것처럼 커다란 실수를 내지르고 말았죠. 한참 뒤에야 밀려온 부끄러움은 파도가 흔들고 간 흔적보다 더 크게 구멍이 났습니다. 옆집에 사시는 분도 행여 지나는 관광객에게 무례를 범할까 애태우셨겠지요. 그땐 몰랐습니다. 삶의 한 모서리를 파고들었던 우리가,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우리는 당연히 그 골목이 우리 차지인 줄 착각했습니다.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신성한 골목길을 시끄럽게 누비고 다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자제할 줄 알아야 했습니다. 다른 관광객이 조금 시끄러우면 옆 관광객은 눈살을 찌푸리지요. 우리가 그랬습니다. 우리의 잘못을 모르고 남의 무례함만 보였던 것이지요. 평안하고 아름답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찾은 골목길이 애써 시끄러운 골목길이 돼버리면 모두가 난감해집니다.


이곳은 감포항 어귀에 조성된 해국길입니다. 연보랏빛 해국을 마을 곳곳의 벽면에 그려놓아 감포의 정겨움을 더했지요. 국화가 만발한 이곳 해국 계단은 사진 찍기 정말 좋은 곳입니다. 서서 인생샷을 남기기도 하고 앉아서 인생샷을 남기기도 하고 저들 나름대로의 포즈로 해국과 함께 인생길을 걷기 좋은 곳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이 마을 골목길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에게 관광객이 베풀어야 할 배려가 없으면 안 되겠지요.


감포 해국길은 감포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풍족한 자원을 찾으러 이곳 감포항으로 찾아들었고 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이 즐비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당시의 애환을 자아내게도 하는 곳입니다. 또한 이곳 감포항에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과거를 털어내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느리게 걸으면서 여유를 즐기면서 바다내음을 맡으면서 과거의 가슴 아픈 사연들과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함께 간직하며 사는 감포항 사람들의 따뜻하고 넉넉한 인심을 가슴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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