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얻는다
ㅡ부지런함을 타고났다고 해도 텃밭일이 참 많이 신경 쓰인다. 매일 물을 줄 수 있는 근면함은 아니더라도 2~3일에 한 번 들러 물 주는 일도 내겐 벅차다. 부모들이 왜 한여름날 새벽에 작물을 돌보았는지 알겠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면 해가 뜨지 않는 시각이어야 함을. 한여름 가뭄에 한 시간 정도 물을 듬뿍 주고 온다 해도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해 메말라 버리는 날씨다. 물이 없어도 잘 자라주는 작물도 있지만 그래도 올여름은 비가 없다. 또 물이 없으면 자라주지 않는 자식들도 있기에 2~3일에 한 번 정도도 외면할 수는 없다. 어쩌다 보니 큰일이 되고 말았다.
오이만 지쳐 늙어가는 건 다만 아니다
텃밭 주인도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간다
물 좀 주소, 그래, 내게도 물 좀 다오
식구가 아니다 말 못 하는 풀 한 포기도
메마른 땅에서 눈치 보며 곁가지로 뻗어 나고 있다
호박잎은 숲을 이루었다
그 아래로 그늘 삼아 돋는 방아잎이 젤 부럽다
그럼에도 올여름 내게 주시는 양식을
마다하지 않고 걷어오려면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도
메마른 땅을, 그곳을 밟아야 한다
토마토는 가뭄에 양 옆으로 몸이 갈라져
배 터져 단물이 새 나와도 달다
어린 호박은 이틀을 못 견디고 커버렸다
하루라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생명 있는 것들은 안다
관심 없는 듯 시들어버리면 주인도 아프다
물이 모자라면 금방 태세를 바꾸는 오이다
꼬꾸라져 뒤틀리고 뒤틀리다 익어버린다
철망을 뚫고 뛰쳐나온 호박 덩이가
채 익기도 전에 짓물러지면 어쩌나
누군가 따 먹어도 좋다
이미 모두가 주인인 걸
한여름 저녁의 어스름은 아직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