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ㅡ수전 손택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논할 때 어느 한쪽과 비교되는 것을 꺼려한다. 이는 자신들이 겪는 고통을 타인들의 고통과 나란히 보여준다는 것은 자신들의 수난이 또 다른 사례일 뿐이라는 양자의 고통을 비교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소위 인종주의에 입각하며 나와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일축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프는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린다면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타인의 고통>을 쓴 수전 손택에게 2003년 독일출판협회는 제55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평화상을 수여했다. 수전 손택은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왔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 책은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라고 이 책의 서두에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타인을 고통을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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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은 <사진에 관하여>라는 명제를 심도 있게 던진다. 제1차 대전부터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우리에게 보도된 사진들을 통해서 어떤 자세로 바라보아야 하고 그리고 그 이미지가 던지는 메시지를 꼼꼼히 검토해보아야 한다는 것 이상의 것은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다소 철학적인 책이다.
대중매체 즉 이미지가 주목하는 것들은 대중도 주목한다. 사방팔방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는 오히려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있다. 사진으로 통해 알려진 사건이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덜 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을 돌려 TV로 시선을 뺏고 집중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TV에 나오는 이미지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것은 전쟁에 대한 고통이 진부한 유흥거리가 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며 분노를 유발하는 이미지가 넘칠수록 반응능력은 떨어지고 극에 달하면 무감각해져 버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진은 그동안 멀리 떨어진 채 고통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이미지를 비난했다. 행위 자체는 힘이 들지 않지만 뭔가를 보려면 공간적인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시각을 가장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고귀한 감각으로 보았다. 뒤로 물러나서 사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사진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사진의 무게감과 진지함이 오래 살아남는데 특정 시기가 되면 책장도 덮어진다. 그리고 강렬함도 사라진다. 곧 뇌리에서 잊힌다. 곧 사진작가의 의도라는 것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사진 속에서 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해도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겪은 일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 말이다.
만약 사진의 무언가가 (고발)의 의미가 있다 해도 관찰자가 공감하는 것은 사진 속 죽은 군인들은 살아 있는 것들에 무심하다,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왜 그들이 우리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해야 할까? 왜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인가를 꼭 들려줘야만 할까?라고 하는 것이다.
"카메라는 역사의 눈이다. 사진은 눈길 끌기가 아니라 진실이다."
이 말은 링컨의 공식 기자 매튜 브래디가 한 말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 중 사진이 가장 자극적이다. 다양한 측정기와 렌즈가 있어 소름 끼치기 이를 데 없는 몰살 장면을 설명해 주는 것은 그 어떤 말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사진 이전에는 조작된 사진이 많았다고 말한다. 대부분 역사적 증거들이 그렇듯이.
1947년 파리에서 일종의 조합이 형성되었다. 세계 최고의 포토 에이전시 매그넘이 설립되었다. 위험을 감수한 채 일종의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사진작가들을 대변하겠다는 뜻이다. 윤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작가들의 사명이 명쾌하게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울프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린다면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듯이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열광하지 않더라도, 무감각하다 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결점이 아닌 것이다. 이미지라는 것은 그 프레임에 담긴 고통의 역사와 원인을 우리가 잘 모를 경우 사진 전체가 무지를 교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꼼꼼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그것이다.
2003년 독일 출판협회가 시상하는 '독일출판협회 평화상' 수상 연설에 미국이 불참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비판하기도 한 수전 손택은 그의 연설문에서 미국과 유럽의 어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문학이 할 일을 설파했다. 국가의 허영심 속물근성, 편협성, 불완전한 운명, 불운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의 공간으로 광활한 현실로 들어갈 수 있는 여권임을 설파했다. 이것은 또한 미국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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