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궤적>ㅡ오쿠다 히데오
<죄의 궤적>은 어릴 때 계부로부터 받았던 자해공갈 충격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기억상실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나쁜 것은 잊으려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오쿠다 히데오의 추리 소설이다.
이 사건의 배경은 일본을 뒤흔든 유괴사건으로 살인범의 자취를 쫓으며 죄의 내면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지만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간결한 문체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인간의 가치를 묻기도 한다.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꽤나 유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의 실화 속으로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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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노 간지가 살았던 곳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서도 멀리 떨어진 가장 오래된 섬 레분토다. 이곳은 청어잡이로 한때 벌이도 괜찮았지만 1955년 청어가 급감하면서 1963년 무렵에는 꿈은 흔적이 되어버렸다. 드문드문 흩어진 인적 없는 파수막에 약 30명 정도 거주하고 있으며 다시마 채취로 겨우 먹고 살아간다. 우노 간지는 다시마 채취가 끝나면 도쿄로 갈 거라는 계획을 세워놓은 절도범이다. 간지의 절도를 안 동료 아카이는 도쿄로 가려는 간지를 속여 돈을 뜯어낸다.
우노 간지에게 도쿄는 꿈의 고장이다. 같은 일본이지만 레분토와 도쿄는 천지차이가 나는 신세계인 곳이다. 좀 어리석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해내며 간지는 아카이에 속아 배를 탔고 그의 계략에 빠져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면서 도쿄에 왔다.
도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아라카와구 전 시계상 살인 사건으로 빈집털이범이 어쩌다 실수로 저지른 살인으로 초심자의 짓일 것이라며 경찰들은 방향을 잡지만 주위로부터 질투의 대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8년 차 경찰로 있는 오치아이는 우노 간지를 확실한 범인으로 몰고 간다.
빈집털이범이 살인자로 돌변한 강도 사건이다. 간지의 고향에 조사하러 온 경찰들은 간지의 성장 배경을 듣고 그가 살인범이 아니길 바랐다. 그 후 간지는 절 두 군데를 털고도 거리를 활보하며 다녔다.
또 아사쿠사서 관내에 초등 1학년 아이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 아이는 우노 간지가 절을 털 때 함께 있었다. 범인은 돈을 요구했고 경찰들은 범인을 쫓기 시작했지만 범인이 정해진 장소에 오지 않았고 돈이 이미 사라진 것을 눈치챈 경찰들은 당황했다. 범인 수배령이 내려졌다.
모두들 우노 간지의 소행이 확실하다면서 우노 간지를 다그치는 사이 뉴스에서 젊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간지를 취조하는 검사는 계부 이야기를 꺼내며 그 이야기로 요시오에게 준 고통에 대해 죄책감을 상기시키려 추궁하기 시작한다. 또한 <주오신문>의 마쓰이 기자는 간지가 살인혐의로 체포되고 기소되면 그의 성장 배경을 기사로 쓰고 싶다며 약속하면서 기억하려고 상당히 노력한다.
간지는 연이어 두 사람운 죽이면 사형이냐고 묻는다.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 어쩌면 무서워서 사형을 택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간지는 자신이 신문에 보도되면 극악무도한 악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비치는지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모든 게 계부 때문이었다. 간지는 계부를 죽이고 싶었다.
시민 감정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신문에서는 우노 간지의 어린 시절을 파헤치려 부모로부터 공갈에 이용당한 과거 등 범인이 특이한 인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고, 간지 그는 자신이 한 행동을 모르진 않았다. 다만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뿐이었고 그 상황을 그냥 모면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이 위기라고 느낀 순간에, 자신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바보 같은 행동을 단지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게 살인을 한 이후로는 불안했을 것이다. 수갑을 풀고 달아나 계부를 죽이러 가면서도 그는 자신을 믿어준 오바 형사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다. 요시오가 있는 절을 가르쳐 주며 사흘만 여유를 주면 다 얘기하겠다고, 그러는 우노 간지에게 오바는 죽지 마라고. 고향 냄새나는 메밀국수 냄새를 맡은 우노는 ㆍㆍㆍ.
우노에게 오바는 고향 같은 존재였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마지막을 따뜻하게 안아 준 형사다.
우노가 어릴 적 계부로부터 받은 폭행의 아픔을 누구 하나 온전히 따뜻하게 감싸주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에겐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엄마마저도 그를 외면하고 부인했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애처로이 봐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었다면 우노는 어땠을까.
오쿠다 히데오의 <죄의 궤적>은 1960년대에 일어난 유괴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글의 문체가 무겁지 않고 쉽게 쓰여 술술 읽힌다.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을 일본사회상과 연결 지으며 죄의 내면이 어떻게 궤적을 쌓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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