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지는 밤
가을바람이 제법 세차다고 느껴
뒷문을 닫아버린다
틈새로 끼어드는 여름 한낮의
남은 찌꺼기 같은 미련이
덕지덕지 은행알에 묻었다
길가에 떨어져 밟힌 은행이
으깨 문드러진 채
하루 온종일 가을 햇살을 받쳐 들고
그 아래
비켜서지도 못하고
비켜가지도 못하게
오가는 이의 발걸음을 외면하고
떨어진 꿈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이야, 언제쯤 우리는 사랑할까
서로 떨어져 바라보지 못해도
너와 나
그렇게 아름답게 길가를 지키고 선
가을의 전령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