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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Dec 12. 2023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김수로가 내려가신다

역사의 쓸모 3ㆍ가야


김수로왕릉 전경

금관가야는 '김해'에 있었다. 당시의 나라 이름은 '가락국', '구야국'이라 불렀는데 이 이름이 변하여 '가야'로 불렸다.


당시 가야에는 왕이 없었고 아홉 명의 족장이 마을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구지봉이라는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갔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ㅡㅡ귀지가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그런데 왜 하필 거북이였을까.  우리는 흔히 거북이를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고 있다.  또한 잡귀를 몰아내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사람들이 구지가를 따라 부르니 하늘에서 금궤짝이 내려왔다. 상자를 열어보니 황금알 6개가 들어 있었다.  12일이 지나자 알들에서 사내아이들이 태어났고 제일 먼저 머리를 내민 것이 수로였다.  

왕릉의 봄


수로왕릉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다.  전국의 사진사들이 왕릉의 담장과 어울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히 모여든다.


  봄에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발길에 어느 곳에나 머물러도 좋다.   넓은 잔디밭 옆으로 보이는 이 작은 연못에도 봄이면 진달래가 피고 산수유가 피어난다. 인공연못이지만 관리를 잘해서 햇살 좋은 날에는 반영이 황홀하다.  몇 해 전 코로나로 모임에 제한이 있을 때 우리는 저곳에 앉아 인생을 얘기하고 고민하고 힘듦을 하소연했다.  혹시 왕이 우리 얘길 듣고 도움을 주실까 하는 일말의 기대 같은 것도 살짝 해 보았다면 무례함일까.   왠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던 곳이다.  봄날의 햇살만큼 평화로웠다.  


청둥오리의 보금자리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청둥오리 가족이 연못 바위에 앉아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쟤네들은 까마귀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아니다.  까마귀가 깍 깍 청둥오리 새끼들을 노리고 있는데 숨을 곳이 없다.  연못에서 허우적대다 갈 곳이 없을까 봐 바라보는 내가 더 안타까웠다.  고양이 녀석들도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의 달아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쯤 걸어가다 다시 돌아와 그들을 바라본다.  어두워지면 어떡하나. 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단단한 보금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곳은 신성한 지역이니 감히 고양이 따윈 얼씬도 못하게 말이다.

왕릉의 능소화


여름철에 가면 능소화가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기와 담장과 어우러져 김수로왕릉의 멋을 더 빛내준다.  

맑은 날은 맑은 날이어서 예쁘고 비가 오는 날은 촉촉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더 운치 있다.  연인들도 가족들도 혼자인 사람도 찾아와 담장에 기대다 가곤 한다.  유월의 한낮에는 사진사들이 줄을 서서 제일 멋진 풍경을 뽑아낸다. 일부러 비 오는 날을 맞춰 촉촉한 여름 분위기에 왕릉의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왕릉의 여름

이 능의 주인인 수로왕(재위 42~199)은 가락국의 초대 국왕이며 김해 김 씨의 시조이다.  5미터 높이의 원형 봉토 무덤으로 주위 18,000여 평이 왕릉공원으로 되어 있다.  


<지봉유설>의 기록에 따르면 능의 구조는 큰 돌방무덤(석실묘)으로 추정된다. 이 기록에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에 의해 능이 도굴 당했는데 왕이 죽으면 주위에서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을 같이 묻는 순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ㅡ나무위키


부산김해 경전철을 타고 왕릉역에 내려 조금만 걸으면 수로왕릉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인근에 대성동 고분과 함께 고분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으며 도보로 20분 거리에 수로왕비릉이  있다. 수로왕릉 옆에 있는 한옥체험관에서 여행자를 위한 숙박도 할 수 있다.  


김수로왕릉은 언제 찾아도 편안한 곳이다. 가까운 거리에 살아 걸어서도 걸어서도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올해는 김해 야행 행사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선사했다.

가을 달밤에 아름다운 선율 소리를 듣고 있으면 덕수궁 거리를 걷던 추억이 소록소록 돋아난다. 왕릉에서의 거문고 소리는 더욱더 맑고 청아하다. 환상이다.


곳곳에 알을 상징하는 달풍선을 띄워  6가야를 상징하기도 했다.  둥둥 떠오르는 달님에 올 한 해의 소원을 빌었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실 것 같은 넉넉한 사랑을 품으셨다.

김수로왕과 허왕비의 행차를 밝혀주는 등불. 다정한 왕과 왕비의 행차에 숨죽여 살포시 밤길을 걷는다. 나를 따르라, 내가 그대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게 하리라.  염려 마라.



김해 야행 문화제 축제의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별자리 관측이다. 굳이 천문대를 오르지 않더라도 가을밤의 아름다운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니. 날씨가 맑은 날은 화려한 토성과 목성의 위성을 관측할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해마다 치르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음 한다.


가야의 역사는 짧게 배운다. 그것이 많이 아쉽기도 한 부분이지만 최근 김해 대성동 고분군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아름다운 가야의 역사를 자랑한다. 주변에 문화재 발굴로 역사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유물과 문화재를 통해 가야 시대의 역사를 아름답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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