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할까

그런가요?

by 어린왕자

스산한 가을이 내려앉았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병원 가는 발걸음은 무겁다. 병원이라는 곳 자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혹자는 말한다. 나이 들수록 병원 관계자와 밀접해야 하고 법원 관계자와 친숙해야 하고 경찰 관계자와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모두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부류다. 그러나 그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어느 순간 불편함이 다가오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 또한 맞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그들과의 관계가 친숙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몇 해 전부터 콜레스테롤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나를 이기지 못하고 약을 먹었는데 간의 기능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겨 약 먹기를 그만두었다. 어떤 이의 권유로 약 대신 생활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식습관을 조절하고 나름 건강하게 생활하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기를 1년 정도 약을 끊고 나니 사실 두려움이 훨씬 앞섰다. 어떤 선생님은 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고 한 번 복용하면 계속 복용해야 한다고 하셨고 어떤 의사 선생님은 식습관이나 건강한 운동으로도 가능하니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어느 분의 말씀을 들을 것인가는 나의 몫이었다.


약을 끊어보기로 하고 1년이 지나 다시 혈액 검사를 해 보았다. 그런데 수치가 많이 낮아지지는 않았다. 설마 설마 하고 기대했던 수치는 약을 끊고 난 후 확연하게 올랐던 것이다.


다시 찾은 병원, 의사 선생님은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신다. 왜 마음대로 끊냐는 식의 매서운 눈초리다. 운동을 할 때도 나름 땀 흘리며 숨이 찰 정도로 했는데 문제는 발생하고 말았다. 어지간히 운동을 해선 올라가 있는 수치를 낮추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님을 간파하고 말았다. 이 나이에 운동으론 안 됩니다 라는 말이 의사의 지론이다.


궁금한 게 많아 여쭤보면 의사 선생님은 일단 매서운 눈초리로 흘겨보신다. 어느 정도로 수치가 떨어지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되냐는 물음에는 한숨 한 번 쉬고 나지막하게 타이르신다. 그래도 먹어야 하고, 약의 종류를 바꿀 수도 있다고 하시는데 약간 귀찮고 잔소리하지 말고 말 좀 들어라 하시는 눈치를 느끼고 만다. 왜 환자가 듣기 좋아하는 확답을 주진 않는 걸까. 자신의 생각에 따라주지 않는 불신의 환자에게 내리는 처방은 약간은 눈흘김이다.


혈액 검사를 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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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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