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의 몸짓에서 나를 보다
호랑나비 한 마리 훨훨 날아와
노란 꽃대 위에 앉았다
후루룩 날다가도 사람 목소리 듣고 빙빙 돌아
날아가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길을 헤매고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호랑나비의 날갯짓에 미소를 보낸다
너를 어찌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네가 길을 잃었다면 미안하다
이른 아침 호랑나비를 보는 행운에
아지매 서너 명이 큰 소리를 내며
그가 날아가는 길에 훼방을 놓고서는
제 잘못도 모르고 또 예쁘다고 바라만 본다
그도 할 일이 있어 일찍 움직였음을
내 나이 언제가 되어야 알아차릴까
예쁜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보고 당당할 수 있는
지혜를 넘어 그의 몸부림을 알아채야 할 텐데
늦었다 말고
좀 더 상대에의 몸짓을 읽으려 애써야겠다
오늘 아침
호랑나비의 몸짓에서 서툰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