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는 어떻게 보일까

by 어린왕자


멀리서 보면 노란 저것이 은행으로 보였다

색은 굉장히 진하지만 내겐 분명 은행이었다

50미터 앞에서 분명 그래 보였다

은행을 주워다 고이 모셔 놓았네

지나는 발걸음에 밟히지 마라고

아니 밟으면 맡게 되는 냄새가 싫어

아예 곱게 유배를 시켜놓았네 했다


비 온 뒤 유독 초록이 빛나 보인다

가을 초록은 여리면서도 탐스럽다

맑으면서도 고요하다

그 초록에 둘러싸인 노랑은

초록으로 인해 더 노랑을 탐했고

가을 초록과 노랑은 함께 눈부셨다

어머, 저건 버섯이에요

함께 걷던 친구가 눈빛을 발사한다

오래되고 예스러운 나무 둥치에

맛깔스럽게 플러팅 된 콜라보처럼

색의 조화가 아름다움이다


은행으로 보인 것이 예쁘고

버섯으로 보인 것이 조금 밉게 보여도

그들에겐 죄가 없다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응당 있는 것뿐

멀리서 바라본 나의 시선도

은행으로 보이고 싶어 위장한 버섯에게도

그것으로 족하고 그것으로 됐다

아무도 질책하지 않는다


괘념치 마라


그들만의 시선으로

그들만의 길을 갈 뿐이다

무소의 뿔처럼 그대 혼자서 가라,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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