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하루를
어느 세월의 풍파에 젖은 주름일까
결결이 꼬아놓은 가느다란 실타래가 얽혀
땅에서 솟아나 붉은 꽃잎을 지탱하고 섰다
바람도 앉았다 가고
아픔도 앉았다 가고
헤어날 수 없는 사랑에 목놓아 울다가도
님이시여, 오늘도 무사히
삶을 보살펴 주소서
억겁의 세월이 모여 닳고 닳아
한 줄 한 줄 위태로이 걸린 아, 붉음이여
어느 가지에 아린 아픔이 스몄을까
손 닿으면 바스락거리는 흐느낌도
이제는 제법 부드러워질 법도 한데
가을이 오면 또 하나의 삶이 되어
곱게 퍼져나가 하늘에 닿을 것을
ㅡㅡ인근의 사찰을 방문했습니다. 가을이 짙어가는데 아직은 푸른 녹음이 흩날립니다. 단정히 차려 입은 붉은 치마 사이로 부처님은 오늘도 홀연히 법당 앞을 지키고 계십니다. 그 평안함을 이어가도록 땅끝부터 하늘 끝까지 고개 숙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