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정성이다
달달해서 맛있는 믹스커피를 끊었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한창 마셨을 땐 하루 한 잔 루틴처럼 마셨고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는 계절엔 두 봉지를 털어 얼음 콸콸 넣어 냉커피로도 즐겨 먹었더랬다. 무슨 연유에선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은 후부터는 어쩌다 한 번쯤으로 먹게 되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남들이 마시고 있는 걸 보아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게 되었다. 아직도 예전에 먹다 남은 커피가 있긴 하지만 손이 가질 않는다.
오래된 회원 어머니는 아직도 내게 믹스커피를 주신다. 처음 만났을 십 년 전부터 믹스커피 드시냐는 물음에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는 대답을 했던 때가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잔이 넘치도록 물을 부어 한강이 되는 믹스커피를 내게 주셨다. 곁들인 쿠키와 간식도 함께 다 먹어치웠으니 대접한 쪽에선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을 것임을 익히 안다. 남기는 것보다 훨씬 좋은 부담 느끼지 않는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회원 어머니가 주시는 일주일에 한 번 마시는 믹스커피지만 어떤 날은 위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한창 즐겨 마실 때야 당연히 맛있었지만 끊고 나서는 저녁 늦게 마시는 커피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리 수업 들어가기 전 어떤 식으로 먼저 거절을 해야 하나 각본을 짜 보기도 하지만 늘 허탕으로 돌아 꿀꺽 시원스레 마셔버리고 만다. 한 잔쯤이야 어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말 일이었다.
믹스커피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매일 먹는다든가 아니면 하루에 두 개쯤 털어먹는 오래된 습관이 나쁜 것임을 안다. 입안에 감도는 달달함을 애써 버리지 못해서 머금고 싶은 적도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버리면 또 손이 가고 마는 불상사가 생길 것 같은데도 버리지 못한다.
어제는 군것질거리로 에이x 한 통을 사 들고 왔다. 믹스커피가 문득 떠올라 같이 먹어볼까 잠시 현혹되었다. 집에 있는 아들이 과자를 들고 들어온 손을 보고는 놀란다. 무슨 과자야? 웬 거예요? 심심할 때 먹어보려고 샀다는 말에 어깨를 들썩거리고는 저녁 늦게 먹지 마라 당부한다.
지금은 어느 누가 믹스커피를 먹고 있어도 마시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오기가 있다. 그러나, 그러나 오래된 회원 어머니가 건네는 그 한 잔의 건넴을 뿌리칠 수가 없는 것은 나를 기다리면서 내게 줄 커피 한 잔의 정성을 지금도 그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선물을 마다할까. 오늘도 가볍게 마시고 가볍게 운동하는 루틴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