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그러면 열릴까요?
시절인연ㅡ참 좋은 이 말을 나도 쓸 때가 있군요. 운명이란 말보다 더 정감 있고 부드럽게 들립니다. 인연이란 다 때가 있는 거겠지요. 만남과 헤어짐의 끝과 시작이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움, 만남에도 이유가 있었듯 헤어짐에도 이유가 있겠지요. 거부할 수 없는 因緣을 때론 아쉬워도 하네요.
좋은 인연으로 만나
좋은 인연으로 살다
좋은 인연으로 남아
이십 년을 함께 했던 전우와
헤어짐의 연을 또 맺어야 한다.
차마 입으로 뗄 수 없는 말
헤어짐에도 연유가 있을 터
오늘은 입 꾹 닫고
눈빛으로 마음을 전한다
차마 말을 할 수 없어서
연결음만 무심하게 가슴에 담는다.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좋은 인연으로 닿아
좋은 시절을 또 함께 할 수 있겠지
오늘 너의 손길이 따스웠다
오랜 동지여 오랜 친구여
이제 조심히 헤어짐을 연습하자
ㅡㅡ역사 강의 이외의 밥벌이를 잠시 내려놓을까 생각 중입니다. 나를 원하는 곳엔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지만 내가 선 이곳에서 아이들이 들어오길 기다리고만 있기엔 역부족입니다.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는데 버티는 마음이 억지를 쓰다 보니 괜스레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강의할 수 있는 곳을 더 찾아보고 문을 두드려보려 합니다. 그러다 시절인연이 생각났습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자연스레 그만두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아직은 더, 아직은 조금만 더, 힘을 내 버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