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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Dec 27. 2023

브런치 작가와 인연을 맺으며

2023년 행복한 한 해였다

2022년의 마지막점

작년 해의 마지막을 산에서 보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을 하고 산을 올랐다. 행여나 늦을까 숨을 헐떡거리며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한 해를 그렇게 힘차게 달린 것 같다. 분산성에서 마주한 해넘이는 황홀경이었다. 매년 그렇듯 빌어보는 한 해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 감사하며 걸어온 한 해였다고,  한 해 동안 아낌없는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올 한 해 2023년의 시작점

올 한 해의 시작은 바다에서였다. 전날 밤늦게까지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에 길을 나섰다. 감히 가슴속에서 열정이 솟구친다. 새해맞이 일출을 보려고 바닷가 근처 검색을 하니 죄다 예약제다. 그래도 한 군데쯤 우리를 위해 비워둔 곳이 있을 거야 희망을 가지자 역시 오픈런하는 곳을 발견했다.  카페 예약을 하지 않고도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명소, 명당이었다.  


그래, 일찍 출발하자.


아뿔싸. 네 시 출발인데 네 시에 일어났다. 전날 알람을 맞춰둔다고 한 것이 다음날 새벽으로 설정을 해 둔 것이 화근이었다.  이미 한 사람은 나를 태우러 출발했다는 톡을 띄워 놓았고, 나는 그 톡 소리에 일어났고 앞은 캄캄하고 부랴부랴 눈부터 비비고 전화기를 들었다. 목소리는 잠겨 나이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굵직한 노인네 목소리에 대번에 알아차린 상대방이 허허 웃어준다.  긴장이 풀려 정신을 차리고 일단 미안해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많이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나머지 한 사람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쩌랴, 씻고 볼 일이다.



그래, 새로운 시작이야

새벽 공기는 찼다. 덜 마른 머릿결이 새벽바람에 얼어붙었다. 머릿결은 얼어붙어도 거기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한다.  마음은 이미 불타고 있다는 것을.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우리의 아지트. 여명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내며 들어서고 있는 차량들.  우리보다 앞선 이도 있었다. 얼마를 달리고 온 차들일까?


사람들이 한 해 해맞이에 많은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 출발 신호라고 생각하기에 새 마음 새 뜻으로 한 해를 시작하려 한다. 새해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한 해 부지런하게 돈도 벌게 될 것이고 아프지 않을 것이고 모든 일이 잘 될 거란 희망을 나름대로 부여한다. 나 또한 당연 그러하다.




바다 일출은 그러고 보니 꽤 오랜만이다. 가까운 산을 찾는 일이 더 많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해맞이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일이다.  먼 길을 가자니 춥고 또 한편으로는 꼭 해맞이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연례행사가 된 것처럼 하지 않으면 괜히 아쉬움이 남기도 해서 거의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돼버렸다. 작년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산을 올랐었다. 내려오는 길에 산사에 들러 떡국  한 그릇으로  따뜻하게 한 해를 시작한 것이 꽤 괜찮은 시작이었다.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그렇게 살아가기를 떡국을 먹으면서 말없이 또 빌었다.


 올해는 바다다. 더 설렜다.


한껏 부풀어 오르는 태양빛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 같다. 그러면 됐다. 마음은 이미 풍요로운 것을.




올 한 해는 글을 쓰기로 했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별스타를 시작점으로 잡았다. 시작은 했지만 어설펐다. 카테고리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도 없이 내가 잘하는 책 읽기를 골랐다.  일단 읽기는 되니까. 읽고 나서 쓰자, 나의 이야기를. 읽은 책과 연결된 나의 스토리를 만들자였다.  서평보다 나의 이야기가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그렇게 시작해 보자. 책 읽기가 내겐 가장 쉬운 일이었다.  


별스타가 제법 자리를 잡아갈 즈음, 출판사에서 서평 부탁도 한두 건 들어왔다.  무조건 오케이였다.  나의 글쓰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에 글을 쓰기 위한 디딤돌이라면 책과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를 평가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첨삭도 없었기에 마냥 쓰기만 하다간 오히려 방향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알게 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길

주위에서 브런치 응모 해  봐라는 권유도 있었다. 미비한 글이지만 올 초 한 번 응모를 던졌다. 그러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왜 하는 의문만 생겼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볼 기회도 없었다.  오로지 나의 무엇인지 모를 문제를 다시 다듬어야 했다.


그러다 블로그를 재개했다.  오래전에 만들어 둔 블로그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놓아둔 것을 심기일전으로 엮었다. 그렇지, 이제라도 제대로 시작해 보자, 아직 반년이 남았는데.  블로그가 나름 자리를 잡아갈 즈음, 하지 않으리라 했던 브런치 작가에 투고를 했다. 심기일전의 결과는 적확했다.  아, 이렇게 글을 쓰면 되는 거였구나!




나름의 원칙을 세우며

글을 쓰기에 도전했으니 이제 계획을 세워 나만의 형식으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을 우선의 목표로 삼고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정성껏 읽어 내려갔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들 방식의 모션이 보인다.  전문적인 형식의 글도 있고 일상의 파편을 모은 글도 있고 시도 있다. 형식은 다양하지만 안으로 움켜쥐었던 감정들을 표현해 낸 독특한 감성은 감탄하기에 충분한 글도 많았다.


일주일에 한 편은 쓰자.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자는 원칙이 때로는 깨질 때도 있다. 졸작이라 부끄러울 때도 많다. 아직 브런치의 생리를 몰라 라이킷만 하며 읽고 있지만 내년에는 내가 브런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 보고 싶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감사하겠다. 모르는 일  아닌가.  혹여나 그래서 내년에는 내가 책을 쓰게 될 지도.


브런치와 소중하게 맺은 인연 내년에도 함께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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