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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Jan 01. 2024

새해 일출을 맞이하는 자세

올 한 해도 둥글게 둥글게


오늘의 해가 떠오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 해를 바라보며 건강을 빌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되풀이되는 해맞이이지만 늘 새롭습니다.  어제의 해는 기울었고 오늘의 해는 다시 다른 꿈을 안고 떠오릅니다.  그 꿈속에 올 한 해 하고자 하는 일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힘써야겠습니다.


ㅡㅡ

작년 바다에서 본 해의 멋짐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바다 못지않게 황홀할 수 있는 산사에서의 일출도 기대가 컸습니다. 해맞이를 하는 가장 큰 의미는 새해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집에 앉아서 해맞이를 해도 한 해를 잘 살아가는데 무리는 없을 테지만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보는 나 자신이 흐뭇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위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산사를 찾았습니다. 새벽 어스름에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습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길이라 그랬을까요. 춥지도 웅크리지도 않게 불어주는  새벽바람이 따뜻하기만 합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간간이 남겨두는 웃음소리에 하루가 즐거워집니다.  



산사의 아침은 고즈넉했고 산사의 하루는 해맞이 인파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산중턱 아래 위치한 산사를 오르다 바라본 하늘에 왠지 모르게 눈이 시렸습니다. 어스름을 뚫고 천천히 빛이 보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해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인가에도 하나둘씩 밝음이 비치고 산아래 마을엔 이미 온기로 가득합니다.  아침 분주하게 움직이며 올라온 나에게 토닥이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함께 산사를 오르는 이는 듬직한 나의 친구가 되어줍니다. 앞서 걸으면서도 뒤돌아 챙겨주는 무심함이 결코 낯설지만은 않네요.  그렇게 친구처럼 한 해를 또 살았으면 하고 속내를 드러내봅니다. 묵묵히 따라주다가도 불쑥 불같은 성격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그런 점이 나를 닮아 때론 밉습니다.  올 한 해는 그런 것마저 좋아해 보려 합니다.


따라주면 고맙고 아니면 그런대로 애써 불평하며 맞추지 않으렵니다. 그렇게 살아오려 애쓴 일들이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시간이 중요하단 걸 느끼면서 애써 맞추지 않아도 편안한 느낌으로 살아내려는 것이 고마운 삶이란 걸 알았습니다. 편안하게 걸어주고 있는 뒷모습에서 한 해를  살아야 하는 오늘에 뿌듯함도 밀려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의 일출도, 산사에서의 일출도 더 멋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일까요.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일찌감치 좋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산사에서 베풀어주신 따끈따끈한 백설기가 주머니 안에서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데워줍니다. 산사의 기와지붕에 걸릴 둥근 해님을 기대하며 웅장한 떨림을 기다립니다. 예쁘게 걸렸네요.  한 해도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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