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ㅡ가즈오 이시구로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한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라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은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이 강렬하게 남아 있으며 <클라라와 태양> 역시 강렬한 표지 그림에 걸맞게 강한 해와 같은 인상으로 다시 접하게 된 소설이다.
2021년 발표한 신작 장편이지만 지겹지 않고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할 만큼 강한 흡입력을 발산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순식간에 읽히게 되었다. AI를 접목한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게 장점이며 그럼에도 읽고 나면 현대 기술에 대한 여운이 남는다.
몇 시간 인지도 모르게 흐르는 시간 앞에 책을 읽노라면 엉덩이가 아픈 건 안 비밀이다.
펫샵에서 '나를 좀 데려가 줘요' 하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살랑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막힌 유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살짝 꺼내 데려오고픈 마음이 든 적도 있다. 마냥 다 그렇게 이쁜 건 아니지만 유독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남기는 강아지에겐 생판 모르는 남이어도 정이 가게 마련이다.
그렇듯 클라라는 자신이 먼저 자신을 데려가라고 고개를 내민 아이다. 자신을 보며 걸어오는 저 아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겠구나 하는 것을 똑똑하게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기다린 클라라는 아이의 손에 아니 엄마의 눈썰미에 발탁돼 선택되었다.
갓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상은 아니어도 뭔가 특별함이 있는 클라라. 타인의 감정을 유난히 잘 관찰하고 인간과 함께 소통하는 방식을 누구보다 더 가까이하려 다가가는 아이다. 다른 AF들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유독 끌렸던 아이,
유독 클라라만 원했던 아이.
이들의 관계가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이름 지을 수 있을까.
소설이지만 AI가 결부된 관계 속에서 인간의 모자람을 그가 채워주고 그의 부족한 면을 인간이 채워가면서 점차 서로 발전해 가는 과정은 어쩌면 현실에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상황임을 느끼게 해 준다.
클라라의 조시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의 아픈 마음을 끝까지 지켜주고픈 간절함. 무엇이 인간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종내엔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이 될지언정 인간이 아닌 것이 어떻게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다.
#클라라와태양 #가즈오이시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