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ㅡ프랑수아즈 사강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 불리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은 1954년 그녀의 나이 열여덟의 나이에 발표되었으며 또한 발표되자마자 평단과 독자들의 격찬을 받으며 '사강 신드롬'을 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 비평의 이야기는 모른 채 유명하다길래 읽었었는데 요즘 인스타 피드에 오르내리는 작품이라 눈여겨보게 되면서 다시 접하게 된 책이다.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제목은 폴 엘뤼아르의 시에서 차용한 것이라 하며 여기서 안녕Bonjour은 작별 인사가 아니라 만날 때 하는 인사라 옮긴이의 말에서 서술한다.
주인공 세실은 자기 아버지가 약간은 수다스럽고 부산스러운 엘자를 두고 지적이며 위엄 있는 안과 결혼하는 것을 약간 미덥지 않게 생각해 안나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아버지와 엘자의 만남을 계획하고 만다. 어쩌면 엄마를 대신할 사람으로 안의 다정함이 아버지를 흥분시킬지 모른다고 여겼으나 그녀에게 저항할 수 없어 숨이 막혔던 것이다. 아버지의 변심에 마음이 상한 안이 돌아가면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그러면서 세실은 안과의 추억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그녀의 이름을 부르곤 한다. 그녀는 두 눈을 감은 채 안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이라고.
책을 읽은 후 생각해 보면 세실은 다시 안과 만날 날을 기대하며 이름을 부르는 것일 수도, 안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세실의 마음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름을 느껴 그녀를 기리워하는 마음에 부르는 인사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역시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듯 생소하면서도 낯설고 익숙하면서도 낯익지 않은 슬픔이 깃든다.
ㅡㅡ눈앞의 삶
잘 가라 슬픔이여
어서 오라 슬픔이여
너의 천장의 선 속에 새겨져 있지
너는 내가 사랑하는 눈 속에 새겨져 있지
너는 비참한 것과는 좀 달라
아무리 가련한 입술이라도 너를 드러내는 건
미소를 통해서니까
반갑다 슬픔이여
다정한 육체들의 사랑
사랑의 힘
거기에서 배려가 생기네
몸 없는 괴물 같은
무심한 얼굴
슬픔의 아름다운 얼굴
ㅡㅡ폴 엘뤼아르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슬픔'을 알게 된 주인공 세실이 아릿함과 죄책감을 안고 스스로의 마음 한편에 있는 그 낯선 감정에게 아, 슬픔, 너 거기 있었니?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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