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여행 ㅡ슈테판 츠바이크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이별여행>의 책표지가 로베르토 귀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포스터 이미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에 이 책이 읽어 싶어진 큰 이유를 들 수 있다.
물론 <인생은 아름다워>는 힘든 삶 속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용기가 스민 작품인데 <이별 여행>과는 주제가 전혀 다르리란 예상을 하고 읽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1차 세계대전의 잔혹한 현실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만다. 그는 전쟁을 두려워했고 전쟁에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고 전쟁이 불러온 엄청난 절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전장의 참혹함을 경험했고 오스트리아에 불리한 전황이 안겨준 고통을 느끼기도 했으나 히틀러가 집권하기 전까지 슈테판 츠바이크는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집필활동을 보냈다.
그는 1933년 나치의 본질을 깨달으며 오스트리아가 이 죄악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리란 것을 깨닫고 영국으로 망명한다. 영국에 정착하면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면서 그럼에도 생활의 활력을 찾았지만 천성적으로 우울한 성격과 긴장이 고조되는 유럽의 상황이 그를 더 우울의 심연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조국이 사라지면서 절망했고 재산이 몰수당했고 무국적자가 되어버린 그는 그의 책이 독일어로 출간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2차 대전이 일어났고 전쟁이 끝난 한참 후에야 영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던 그였지만 이후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서 영국을 잊게 되었고 마지막을 브라질에서 자살로 마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대부분은 우울함을 가미하고 있으며 <이별여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9년 전 그토록 그리워하고 함께 하고 싶었던 부인에 대한 사랑의 갈구가 돌아와 보니 더 초라하고 더 억지스럽고 좀은 어설프기까지 했던 것이다. 쓸쓸하고 얼어붙은 오래된 정원에서 두 유령이 흘러간 과거를 쫓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듯이 말이다.
젊은 시절 가난했던 그는 치졸한 졸부들에게서 상처를 받은 후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유망 기업 사장의 눈에 들어 그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고 사장 부인과의 첫 만남에서 그들은 사랑을 깨닫는다. 진심으로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주고 인정해 주는 그녀의 따뜻함에 솔직해졌다. 비로소 그는 부자들을 향한 지독했던 증오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그들의 사랑이 불륜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는 진심으로, 우연이라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그들은 사랑이라는 어설픈 감정을 느꼈고 이내 이별을 실감했다. 2년 후 돌아와 그녀를 안아보리라 했지만 멕시코에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그 앞에 전쟁이 터졌다. 그곳에서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얻었다. 이후 전쟁이 끝나면서 혼자 남겨진 사장 부인의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9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랑이 예전만 했을까. 조용히 살고 있는 그녀를 끌어내 예전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녀도 애써 그의 의도를 모른 체하지만 오랜 세월 꿈꿔왔던 사랑의 감정은 어설프고 억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처음 만났던 그날의 분위기, 사랑으로 싹텄던 감정은 어느새 하얗게 새어버린 그녀의 머리카락 앞에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사랑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알지 못한 채 소설은 끝나고 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도 그녀도 모른 채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 과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기억이라는 예언의 목소리가 어떤 진실을 들려주려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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