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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Mar 09. 2024

그대 앞에만 서면 무서워요

세차장 공포


운전을 한 지 강산이  번 바뀌었건만 세차장 앞에만 서면 간이 조여온다. 일종의 공황장애 같은 현상이다. 내 앞에 차가 밀려있을 땐 덜 한데 내 차례가 다가오면 미칠 것같이 두근거려서 주체하기 힘들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낯섦보다 더 긴장된다. 초행길은 조금 일찍 나서서 여유롭게 길을 찾아가는 편인데 세차하는 것은  이다지도 맘이 힘들까. 돌아서 나오지도 못하고 막힌 공간에서 더구나 혼자 터널에 앉아 있는 기분이 묘하게 공포로 다가온다.


 저 좁은 공간에 차 바퀴를 맞추며 들이미는 것에서부터 허둥댄다. 그리고는 브레이크를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매번  물어보곤 한다. 혹시나 판단을 잘못해 사고가 날까봐 두렵다.ㅡ사실 여러군데 세차를 하다보면 방법이 모두 다르다 ㅡ


 "사장님, 브레이크를 어찌해야 하나요?"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이곳 사장님은 친절하다.

 "내 말대로만 하이소."

 창문을 반쯤 내려 고개를 내밀었더니 주차 P에 하시고, 사이드 브레이크 올리시고 백미러 접으시면 된다는 말씀에 한 숨 돌린다. 그 다음이 문제다.


번개가 치고 폭포가 쏟아진다. 기계가 움직이는데 차가 앞으로 쏟아질 듯 움직이며 흔들리는 것 같다.


 '엄마야,  엄마야.'

 있지도 않은 엄마를 연신 불러댄다.

우리 엄마가 듣고 '저거 봐라, 저거 저리 간이 작아서 우야꼬' 하시며 놀라 까무러칠 것 같다. 엄마 찾는 날은 세차하는 날이다.


5분이 내겐 엄청 길다. 책을 읽으라면 두세 시간도 족히 앉아 있는데 이곳 세차장은 간이 벌렁거려서 오래 있기 힘들다. 기계가 고장나서 양 옆에서 내 차를 압박하며 찌그러뜨릴 것 같다.  너무 오버한 상상인 줄 알지만 하여간 세차장에 올 때마다 무서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지간히 차가 더럽지 않으면 안 씻는다. 앞 유리만 깨끗하면 타고 다닌다.  남들이 더럽다 하거나 말거나. 세차 때문에 내 간이 먼저 쪼그라들 것 같기에. 내가 사는 게 먼저이기에.


#세차#sk주유소#세차공간이왜이다지도무서울까#알수없는일#어린왕자의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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