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좀 알아주라
생각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배려나 마음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한다. 그리고 주의를 깊게 기울이지 않으면, 타인이 내게 배려를 해주고 있다던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나를 포함해서) 자신은 주변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몰라주지 않는다고 쉽게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진료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자주 들곤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환자분을 여러 차례 만나고, 열심히 환자분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도 환자의 마음을 알기 쉽지가 않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진료가 아닌 일상 속에서는 남을 이해해 주는 것이 더 어려울 터인데, 그동안 마치 당연히 나는 내 주변사람들의 마음이나 배려해 주는 부분들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지내온 것이 신기했다.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거나, 알아준다는 것은 정말 어지간한 배려심이나 애정을 쏟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인데 말이다. 더 나아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각보다 내가 타인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놀라곤 한다. 결국 사람은 아니면 나는 이기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이런 생각에 이어서 요즘 내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남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듯 다른 사람도 내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할 텐데, 그러면 내가 무언가 할 때 생색을 낸다던지 내 마음에 대해 자주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사내놈이 생색을 낸다던지,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구시대적 사고가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인지, 소심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아서 혼자 상처받는 일이 잦아서 이것이 참 고민이다. 생각해 보면 환자분들에겐 좀 더 속마음에 대해 주변사람들과 대화해 보도록 권유하면서 나는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웃기기도 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이 이런 걸까나?
어떤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알면서도,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생색내지 않아도 내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차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면 좀 상처받는 일도 적어지려나 싶기도 말이다. 아니면 내가 너무나도 예민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생색을 낸다던지, 내 마음을 자주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그 정도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럴 때면 이렇게 부족한 내가 환자 진료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른 건 몰라도 부모의 마음이라던지, 주변 친구들이라던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분만이 아니라 내게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주의 깊게 들어보고, 어떤 마음일지 생각할 줄 아는 여유를 좀 가져봐야겠다.
갑자기 내가 이렇게나 생각해 주는 것을 그들은 모를 텐데, 생색을 내야 하나? 하고 유치한 생각이 다시 꼬리를 문다.
아~ 모르겠다. 나도 무척이나 이해받고 싶은가 보다.
진료실에서 하루종일 누군가를 이해하고, 진료실 밖에서도 주변 사람들 중에 내게 의지를 많이 하거나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반대로 내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잘 없기도 하고, 이런 느낌을 받을 때면 서글퍼질 때가 있다.
다시금 생각한다. 아~ 진짜 나도 이해받고 싶은가 보다. 징징대고, 기대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