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감정이 몰아칠 때면 피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고스란히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으로부터 자꾸 피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는데 오늘은 내가 뱉은 그 말이 후회가 된다.
파도도 너무 거세면 사람을 무너뜨리고는 하는데, 내게 치는 파도가 아니라고 환자들에게 함부로 기꺼이 온몸으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의 외도를 알고 난 뒤로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 든다. 오늘 저녁에도 슬픔을 한가득 담은 큰 파도가 어둠 너머로 넘실 넘실 또 몰려온다. 어디 내 한 몸 피할 커다란 배라던지, 대피소도 없이 매번 혼자 다 맞다 보니 이번에 치는 파도가 몇 번째인지, 어떤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숨이 막혀 그냥 살려 달라고도 해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큰 파도여도 곧 지나가겠지. 알고 있어도 매번 이 파도가 내게는 당혹스럽다. 이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은 또 얼마나 초라할지 잘 모르겠다. 내일의 나는 또 이 파도를 겪고 어떤 초췌한 모습 일려나.
찝찝하게 몸속 깊숙이 바닷물로 적셔진 내 몸과 이곳저곳 뒤섞인 모래알은 제대로 털어내지도 못하고 겉만 마른 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냈다. 또 홀로 저녁에 몰려올 파도를 기다리겠지.
언제쯤 이 바다가 잠잠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