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내는 카드

by Woodfire



진료를 보다 보면 유독 마음이 쓰이는 환자분들이 있다. 진료 외 시간에 우울한 날이면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 환자분들께 드릴 감정 카드라는 걸 만들기도 한다. 신용카드 사이즈의 작은 카드(편지지)의 앞, 뒤면에 직접 손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적는다.


- 한쪽 면에는 결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과 감정들을 적는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상황 등을 적는다.


- 다른 면에는 환자분이 되찾고 싶어 하는 것들과 함께 이러한 것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는 문구를 적는다.


힘들 때면 환자분이 감정카드를 한 번씩 꺼내서 읽어 보면서 잘 못된 자신에 대한 믿음에 너무 과도하게 몰입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더 나아가 이 감정카드를 통해 환자분이 위로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린다. 이렇게 만드는 감정 카드를 환자분들께만 드리다가 오늘은 나를 위한 감정 카드도 만들어 보았다.



한쪽 면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부모님 가정도, 내가 새로 꾸린 가정도 유지하지 못하는 바보.

어쩌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죄책감이 자꾸 들어서 괴롭다.
결국 외롭게 홀로 견디며 살다가 세상에서 사라질 것만 같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진다.


다른 한쪽면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마음속의 평화와 기댈 수 있는 쉼터.



나에게 도움이 될 문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결국 나를 위한 감정 카드는 완성하지 못했다.


만들다가 눈물이 살짝 눈에 맺혀버렸다. 내가 무엇을 이렇게 잘 못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그렇다고 또 잘한 건 있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의사면서 나하나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다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데 날 보고 하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네 맞아요. 그 스님이 바로 저입니다.

아래 스님분은 혼자서도 참 잘 깎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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