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대학 동기 X군에 대하여

by Woodfire

아무래도 싫은 사람 – 동기 X군에 대하여



나는 가급적이면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한다. 내가 착해서라기 보다는 나를 불쾌하게 하더라도 거절이나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것이 한 몫 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나를 불쾌하게 하더라도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을 거야”라며 그냥 속으로 삼킨 채로 넘어가는 편이다. 상대에게 너로 인해 내가 지금 불편하다고 말하는게 더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속으로 삼키는 일이 여러차례 쌓이다 보면, 나도 그 사람을 조심스럽게 대하고 멀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거리를 둠에도 자꾸만 서슴없이 내게 연락을 해오면서 뜬금없이 내 마음속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결국 싫어하게 된다. 잘 미워하지도 못하고 진심으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고 싶은데도, 아무래도 싫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싫은 사람”들이 내게 건네는 말들이 내 마음에 꽤나 상처를 주나? 라는 생각이 들고는 하다.



요즘에 나는 열심히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SNS에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그런데 오늘 뜬금없이 친하지 않은 대학 동기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정확하게 “너 이런걸 왜 해? 너가 지금 그런걸 할 때는 아닌거 같은데? 시험 공부나 하지;; ”라고 딱 한마디가 왔다.



그냥 무시해서 넘어 갈수도 있지만, 벌써 이런식으로 연락이 오는 것이 여러 차례다. 차단을 하기엔 같이 몸을 담고 있는 모임이 있어 신경이 쓰이고, 매번 무시하고자 하려고 하지만 자꾸만 툭 툭 던지는 저 말 한마디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를 갉아먹는다.



사실 너가 내 하루를 지켜보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매일 타이머를 맞추고 8시간 이상씩 공부를 하고, 남들이 유튜브를 보며 쉴 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짬을 내 올리는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구질구질하게 다 설명하고 싶지도 않아서, “응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라고 답장을 하고 더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쏘아붙이거나, 기분 나쁘게 너가 뭘 안다고 그렇게 비아냥거리냐고 뭐라고 했어야하는게 맞았을까?


그것도 나는 너무 불편한데 말이다.



그냥 툭 건네는 그 말 한마디 자체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후에 이에 미숙하게 대응하는 내 모습이 나를 다시금 불편하게 한다. 그러니깐 상대가 내 마음속에 던진 그 작은 조약돌이 자꾸만 물결을 퍼뜨리며 내 안을 일렁이게 만드는데, 이런 물결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속이 상한다. 결국 그 사람만 싫어 지는게 아니라, 이런 말을 듣고 속상해하는 나도 싫어진다.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내게 툭 던지고 매번 사라져 버리는 걸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 당신은 내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다.







진료 시간에 나와 똑같은 상황에 대해 토로하는 환자가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뭐라고 했을까?


당신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자신의 편안함을 지키면서도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거예요.


라고 했을려나? 그래,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다음에는 흔들리지 말자. 그리고 불편한 것은 적절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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