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정답만을 이야기해야 하나요?

- 나는 가끔 똑똑하기만 한 사람을 싫어한다.

by Woodfire

꼭 정답만을 이야기해야 하나요?



기억에 남는 환자 A가 있다. 엄격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A를 나무랐다. 마음가짐부터 모든걸 교정하려고만 했다. 우울증 등으로 사회 경험도 적은 A는 대인관계를 포기하고 방에만 있는 상태였다. 가족과도 대화를 용기 내서 못하는 사람이 어찌 학교나 사회에서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이럴 때 나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부탁을 드릴 때가 있다. 환자가 그렇게 바보가 아니라고. 잘 못된게 뭔지도 알고, 고치고 싶어한다고. 다만 조금만 겁을 먹고 웅크린 환자의 이야기를 한번만 그냥 들어달라고. 여러 난관들이 있지만, 좋게 좋게 어루고 달래며 이야기를 하고 나면, 내가 의사여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모두들 결국 알겠다고 한다.



그러나 곧 가족 면담이 시작하고 나면 A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호자는 이야기한다. 돌려서 표현 할 뿐이지 “너가 마음이 약해서 우울증이 걸렸다. 다 필요 없고 정신이 차려라”라는 내용의 말만 환자에게 쏟아낸다. "남들은 다 힘들어도 참고 돈벌어서 결혼 준비하고 부모 용돈도 주는데, 너는 뭐하는 거니?"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염려로 인한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말들도 서슴 없이 가족 면담 중 튀어나왔다. 1시간이나 붙잡고 보호자에게 설명한 나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것 보다도, 다시금 질책 받는 A의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때로는 나도 사람인지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환자의 눈물을 볼 때면 화가 날 때가 있다. 꼭 상대방에게 정답을 말해야만 하는지 보호자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그게 정말 정답이기는 한가. 정답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오답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는데, 우울증 고쳐야 한다는 것을, 대인 기피를 고쳐야 한다는 것을 환자가 모를 것 같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살아가는데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도하지만, 때로는 정답처럼 보이는 것이 틀린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상황에서 정답만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싫다.





A의 보호자에게


그날 저는 당신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아이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이해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오늘은 그냥 환자의 말을 한번만 들어봐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저에게 화를 내며 A를 오냐오냐 해주면 더 나빠질 거라며, 정신과의사가 그런것도 모르냐는 당신의 말에 숨이 찼습니다. 1시간이라는 짧은 대화동안에도 의사인 저도 숨이 찼는데, 그동안의 여리고 그리고 어린 A는 어땠을까요?

저는 화가 나기보다는 슬펐습니다. A가 느꼈을 고통을 조금이나마 맛을 봐버렸기 때문이죠.


사실 A의 부모도 이해는 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이며, 나름에 안정된 삶도 꾸려나가고 있다. 그들의 살아온 환경에서는 그것이 응당 맞았을 것이다.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실 나는 그날 A의 부모에게 화가 났다.


이 세상에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A는 그 숨막히는 느낌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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