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은 몇 퍼센트여야 솔직한 걸까

by Woodfire

솔직함은 몇 퍼센트여야 솔직한 걸까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건 내가 믿는 인간관계의 기본이고,
치료자로서 그리고 나라는 사람으로서의 핵심적인 자세이기도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는 늘 꺼내도 괜찮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만 솔직했다.

마음속에 a, b, c, d가 있다면
그중에서 a만 꺼내놓고, 그걸 ‘솔직함’이라 부르며 스스로에게 안도했다.


그걸 정말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요즘, 솔직함이라는 단어가 참 헷갈린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솔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정한 선 안에서’ 보여주는 것도 솔직한 걸까?


글을 쓰거나, 인터뷰를 하거나, 심지어 진료실에서 말할 때도
어느 순간 나는 ‘이 정도면 솔직했지’ 하고 마음속으로 정리한다.
하지만 그 ‘이 정도면’이라는 기준은 사실, 나 혼자 정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내가 안전하다고 느낀 범위 안에서만 꺼낸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건 솔직함일까, 아니면 전략일까?


사실 나는 현재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칸예 웨스트를 좋아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해지는 순간,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했다.”

물론 그 역시 상식 밖의 언행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했지만,
그가 한때 보여주었던 가공되지 않은 내면의 조각들—
그건 어떤 이들에게는 큰 해방감과 위로가 되었다.
‘아,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구나.’
‘저렇게 드러내도 괜찮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의미에서 솔직함이란 건,
참으로 어렵고, 복잡하고,
어떤 면에서는 또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a를 말할 땐 괜찮다.
하지만 b를 꺼내면 눈빛이 달라지고,
c를 꺼내면 공기가 무거워진다.
d까지 가면… 어쩌면 관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a만 꺼내 놓고 말한다.
“난 진짜 솔직하게 말했어.”

어쩌면 그건 사회적인 지혜일지도 모른다.
모든 걸 말하지 않는 것, 상황을 보며 조절하는 것.
그건 꾸며낸 위선이 아니라, 균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끔, 내 안의 누군가가 속삭인다.
“그거, 그냥 편집된 진심이야.”

나는 그렇게 잘라낸 진심들 위에 올라서
내가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 척을 하며 살아왔던 걸까.


진짜 솔직함은, 때로 멋없고 구차하다.
그런 솔직함은 아프고, 민망하고…
무엇보다 미움받을 수도 있다.


사실 웃고 있지만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너무나 미울 때도 있다.
그건 다들 그렇다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 불편한 진심을 한 조각씩 꺼내어
누군가와 공유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연결이 시작되는 지점 아닐까.


진료실에서도 그런 순간을 종종 마주한다.
어느 날 한 환자분이 내 앞에서 눈을 피하며 말했다.
“사실은요…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요… 근데 말하면 선생님도 실망하실까 봐…”

그분은 말끝을 흐리고 또 흐리다 겨우겨우 ‘b’ 정도의 이야기를 꺼냈다.
겉으로 보면 조심스럽고 어색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사실 믿음과 용기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 지금 이분은 자기 마음을 살짝 들추는 중이구나.”


진료를 보면서 다시금 배웠다.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지 않더라도’,
‘마음속 내용 중 일부만 말하더라도’,
그건 거짓이 아니라,
조금씩 진심을 향해 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b, c, d까지 꺼내지 못하는 나지만,
그걸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솔직해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솔직해지기로 했을 때—
그게 완벽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편집되지 않은 나’에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용기고,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은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안에는 아직 감추고 있는 진심들이 떠돈다.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못나지 않게,
나도 좀 더 솔직하게 그것들을 들춰보고, 들여다보고, 위로받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마음 한 조각만큼이라도 글로써 꺼내본다.

그리고 이 글들이 내 진심의 방향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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