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강연 전에 청소년들에게 나눠줄 짧은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써서 보냈다.
아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내가 보낸 글의 전문.
의사라는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선생님, 학생 때 공부 잘하셨죠?”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하셨어요?”
많은 사람들은 의사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하고, 목표도 뚜렷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중학교 때 전교 200등 근처를 오갔습니다.
친구와 나란히 수학 70점을 받아놓고 “그래도 내가 너보단 낫지 않냐” 하고 웃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둘 다 별로였지만 그때는 웃으며 넘겼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나 인기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던 고2 어느 날, 제 인생을 바꾼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 담임선생님은 화학을 가르치셨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고, 진심으로 믿어주는 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분명 잘할 수 있어.”
그 순간, 저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믿는다’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제 안에 작은 불씨를 지폈습니다.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화학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공부에 처음 재미를 느낀 저는 다른 과목도 조금씩 열심히 하면서 성적이 좋아졌고, 결국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된 뒤에도 한동안 저는 ‘특별해야만 가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거나, SNS에서 ‘좋아요’가 쏟아지는 사람만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TV에 나오는 유명한 의사도, 특별한 비법이 있는 의사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할 수 있는 말을 전하는 평범한 의사였습니다.
그런데 환자분들은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덕분에 하루를 버틸 힘이 생겼어요.”
“그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제 삶을 바꿨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깨닫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평범한 한마디가 제 삶을 바꿨던 것처럼, 특별해 보이지 않는 하루의 순간들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불꽃은 거창한 계획이나 화려한 순간들 속에서만 피어나는 게 아닙니다.
작은 호기심, 누군가를 향한 마음, ‘한 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시도 속에서도 살아납니다.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스쳐 지나가는 관심 속에서도 밝은 빛이 번져갑니다.
혹시 지금은 내가 잘하는 게 없다고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목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늘이 평범하게 흘러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그 하루들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안의 불꽃은 공부에도, 꿈에도, 그리고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일에도 분명 빛을 비출 수 있습니다.
오늘의 작은 노력, 타인을 향한 짧은 관심, 스스로에게 건넨 다정한 한마디, 이러한 순간들은 당장은 티 나지 않아도, 언젠가 여러분의 삶 한가운데서, 여러분이 품은 혹은 누군가의 불꽃을 환하게 타오르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이 품은 작은 불씨를 소중히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