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내 거야!

by Woodfire




SE-551fb075-1ffe-4f09-806d-0a72910dc119.png?type=w1 할아버지와 나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내 삶은 계산하고, 따지고, 걱정하고, 통제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것을요.



출근길 지하철 창밖 풍경을 보아도 눈길은 잠시뿐, 머릿속은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로 가득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도 ‘잠을 깨야지’라는 이유일 뿐, 그 향과 맛을 음미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친구와의 만남조차 ‘일정 맞추느라 겨우 낸 시간’으로만 느껴졌습니다.



득과 실을 따지며 살아가다 보니 세상은 불공평한 회색빛으로만 보였습니다.

일과 책임이 하루를 압도하면서 내 안의 순수한 감정들은 점점 자리를 잃었고,

그 빈자리를 대신한 것은 불평과 짜증, 그리고 알 수 없는 피해의식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느끼고 알아차리는 시간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칼로리가 얼마일까’ 계산했고,

산책을 하면서도 ‘이 시간에 뭘 했으면 더 효율적이었을까’ 떠올렸습니다.

친구의 농담이 그저 생산성 없는 무의미한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점수 매기고 분석하는 시험지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계산과 통제 속에서 제가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단순한 한마디였습니다.

“내 마음은 내 거야.”


내 마음과 감정, 내가 느끼는 매 순간의 울림만큼은 그 누구도 빼앗거나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소유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지만, 내 마음은 내 존재의 증거이고 끝까지 붙잡을 수 있는 내 몫입니다.

온전하고, 내가 아니면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움직이고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단 하나뿐이라는 것.




제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해 질 녘, 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뭉클한 음악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

친구와 밤새 웃고 울며 마음을 나누던 순간.

풋살장에서 팀원들과 호흡이 맞아 하나가 된 순간.

감동적인 영화나 이야기 앞에서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

친구와 실없는 가벼운 농담 하나에 세상이 환해지는 순간.

이른 새벽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힘내자’ 다짐하는 순간.

산 정상에서 먼 풍경을 내려다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순간.

물속 깊이 잠수해,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만 같은, 오직 내 호흡과 감각에만 몰입하는 순간.

환자와 감정을 나누며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순간.

강아지의 눈빛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쓰다듬는 순간.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보며 잘 만들었을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

보고 싶던 사람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반가움에 가슴 뛰는 순간.

생일 전날 누군가에게 축하 인사가 올지 나도 모르게 설레고 기다리는 순간.

눈 내리는 날, 지난 추억과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떠올리며 젖어드는 순간.

앞으로의 계획을 상상하며 마음이 들뜨고, 그 설렘에 빠져드는 순간.

머리를 자르고, 이번에는 더 마음에 들까 긴장하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순간.

마음에 쏙 드는 예술가나 음악가를 발견하고 혼자 뿌듯해지는 순간.

낯선 이가 건네는 짧은 응원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좋은 울림을 느끼는 순간.



이런 순간들을 마치 겉으로는 덧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내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그렇기에 득과 실, 걱정과 불안과 같은 것들에 사로잡혀 내 순간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여전히 자주 걱정과 염려에 사로잡혀 정작 소중한 순간들을 흘려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압니다.

다시금 내 마음과 내가 머무는 곳을 바라본다면, 그 순간들은 다시금 나를 찾아올 거라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내 마음은 내 거야.”라고 말이죠.


그리고 내 마음과 내가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겠다고, 내 안의 순수함이 다시 살아 숨 쉬도록 지켜내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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