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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비난

지능과 논리에 대하여

by 제이

크게는 정치적 사건들에서 작게는 내가 몸담고 있는 경찰행정의 부조리까지. 나는 사람들의 무지에 지친다. 사실과 인과를 파악하고 옳고 그름과 실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집단감정에 휩쓸려 목소리를 높이는 대중들. 그들에게 정의와 가치란 하나의 트렌드일 뿐이다. 시민이라는 이름 하에 마치 중학교 시절 유행하던 패딩을 갈아입듯 자신의 입장을 취사선택하며, 다수의 권력에 힘입어 진실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사람들. 볼 때마다 역겹고 화가 난다. 그럼에도 내가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인문학적 논쟁에서 이성과 지혜란 묵살당하기 쉬운, 아무런 힘이 없는 역량들임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한미 FTA 체결에 대하여 광우병에 관련한 논란이 있었을 때, 나는 또래 집단에서 홀로 광우병과 소고기 섭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돌아오는 것은 부모의 감정에 휩쓸린 어린 아이들의 비난이었다. 미투 운동이 최고조에 이를 때 나는 홀로 페미니즘의 근원에 대해 공부하며 성평등을 지향하는 운동이 폭력성과 혐오에 물들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나는 여성혐오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고, 2024년의 대한민국 성별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경찰행정에 입학한 이후 몇 번이고 기수제라는 이름 하에 합리화되는 수직적인 선후배 문화와 군기들이 얼마나 비현대적이며 위험할 수 있는지 수 차례 경고했지만 나는 학과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상한 놈이라는 낙인이 박힌 채 온갖 뒷담화와 학과 주류 집단으로부터의 견제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알게 모르게 발생한 수없이 많은 음주 강요와 기수를 이용한 수 차례의 성추행, 폭언, 폭행, 기타 불합리한 사건이 그대로 묻히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지식과 통찰을 혐오하며 무능한 자신을 저주한다.



여전히 내 눈에는 비극과 절망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의 대부분은 스스로가 능동적이고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는 대중에 기인한다. 그들은 집단의 의견에 숨어 자존감을 보호하고 소속감을 고양시키며,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의 철학을 비난하는 일을 즐긴다. 그 모습이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등장하는 돼지 추종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하여 지성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며 저주받은 무능함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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