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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오

2025/01/09

by Stellar

올리오는 대형마트, 슈퍼마켓에서 폐기되어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앱이다. 테스코, 세인즈버리, 아이슬란드 등 영국의 거의 모든 대형 체인들 뿐만 아니라 개인이 필요 없어진 음식과 물건들도 올리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료로 나눔 할 수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가장 큰 문제들 중 하나가 과생산과 과소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기업들은 자원을 착취하고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폐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품들을 소유하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쉽게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만다.


올리오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과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운영된다. 마트에서 음식을 가져와 직업 앱에 올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선 미리 숙지해야 할 식품안전관리수칙이 많았다. 폐기처분을 앞둔 음식을 개인이 다뤄야 하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식품류에 대한 이해와 best before, use by(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따른 식품안전 기본지식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인덕션을 마치면 내가 갈 수 있는 위치의 마트에 갈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을 고를 수 있고 그 지점의 채팅방에 초대된다. 가장 가까운 세인즈버리에 제일 먼저 신청을 했었는데 다행히 3일 내내 가져갈 물건이 없다고 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테스코에 가서 폐기될 위기에 처한 음식을 구해왔다. 이렇게 가져온 음식 중에 10%는 내 몫으로 챙길 수 있지만 챙긴 품목도 앱에 등록해 정확히 어떤 식품이 픽업되고 낭비될 위기를 피했는지 기록을 남겨야 한다. 마트 직원은 오늘은 음식이 적은 편이라고 했는데 베이커리에서 직접 구운 페이스트리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너무나 놀랐다. 늘 이렇게 남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만큼씩 만들어야만 하는 데에는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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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내가 구해온 음식들을 죽 늘어놓고 리스트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하나씩 앱에 올렸다. 내가 집에 돌아온 시간이 아홉 시경인데 소비기한이 열두 시까지인 제품이 여럿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으면 결국 내 손으로 버려야 하는 음식들이기에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한 시간이 채 되기 전에 메시지가 왔고 가장 걱정이었던 엄청난 양의 빵과 몇 가지 다른 음식들을 챙겨서 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꽤 많은 음식이 남아있고 이걸 다 처리할 생각을 하면 슬퍼진다. 왜 이렇게 무자비하게 자원을 낭비하는 것일까. 그래도 동네 이웃을 만나고 밤산책을 하며 조금이라도 쓰레기통에 들어갈 음식을 구해내는 과정은 즐거웠다. 이 많은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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