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8
좋은 쪽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날이다. 눈은 여덟 시에 떴지만 열 시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와 요가수업을 들으러 갈 채비를 했다. 인아가 추천해 준 Dharma 수업을 들었는데 핸드스탠드, 헤드스탠드 등의 아사나를 수련하는, 근력 단련이 많이 되는 수업이었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거꾸로 선 인아의 등은 겨울이지만 여름의 태양을 아직 간직한 채 건강하게 그을렸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인아가 다시 두 발로 바닥을 디딜 때까지 바라보았다. 땀 흘려 수련을 마친 뒤 거리로 나와 제법 찬 공기를 맞으며 브릭레인을 초입부터 북쪽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다. 상쾌한 기분으로 이스트 런던의 멋쟁이들과 귀여운 강아지들을 실컷 구경하고 잘 내린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허기가 질 때쯤에야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인아와 봐두었던 라이브 공연을 보러 저녁에 다시 나갔다. 버스를 타고 꽤 걸어서 공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두 팀의 공연은 끝나고 airu라는 메인 밴드의 공연이 준비 중이었다. 별 정보 없이 오늘 공연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몇 곡 들어보고 가기로 결정했는데 스페인 인디밴드의 투어공연이었다. 스페인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워 분위기가 좋았고 스물셋의 어린 나를 떠올리며 설레는 기분으로 흔들흔들거렸다. 열기와 습기가 가득 찬 공연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그리스식 팔라펠 박스를 사서 영국식으로 건물 벽에 기대어 서서 나누어 먹고 온몸에 찬기가 들 때까지 쇼디치 거리를 걸어 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구정에는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떡국을 끓여 먹자고 노곤한 몸으로 연신 하품을 하며 느슨한 계획을 짰다. 따뜻한 레몬생강차를 한 잔 마시며 소파에 기대어 있으니 오랜만에 밤 열두 시 반에 졸음이 쏟아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