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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런던의 갤러리 여섯 곳

2025/01/22

by Stellar
IMG_7275.HEIC Condo London 2025, 오늘 다녀온 갤러리 여섯 곳


다녀온 순서대로


(20) Carlos/Ishikaw hosting Jason Hamm, Seoul

Karma II: Condo London 2025 hosted by Carlos/Ishikawa: Jihyoung Han, Jungwook Kim, Mike Lee


기찻길 아래 후미진 상가 뒷문들 사이로 자리 잡은 작은 갤러리에선 한국의 갤러리를 호스팅 하고 있었다. 제이슨 함 갤러리에서 출장 오신 직원분을 만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이번 전시 중 첫 갤러리 방문에 만나게 된 것이 반갑다고 전했다. 마침 메인 갤러리에서 다른 한국 젊은 작가인 Moka Lee의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어 같이 관람했는데 한지형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9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의 자유분방하고 싶지만 보이는 모습으로 인해 억압받고, 자기애와 자기혐오를 동시에 키워내는 불안함의 정서가 읽혔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번진 형태들과 찢길 듯 긁어 바른 밑칠, 젊은 여성의 몸이 상징하는 이미지에 대한 직접적인 화법의 반항 등.


(19) Mother's tankstation hosting Ppow, New York

Erin M. Riley | Look Back At It

성범죄의 피해자로서 여성의 이미지를 직조한 작업인데 미국 스러운 단층적 접근이 아쉬웠던 전시. Moka Lee가 전시하던 공간에 Sable Elyse Smith라는 영상작품도 주제는 달랐지만 폭력과 차별을 다루는 방식이 역시 평이하다고 느껴졌는데 두 작가의 전시에서 모두 미국 상업영화를 재밌게 보고 난 뒤에 오는 갈증이 남았다.


(18) Project native informant hosting Nova contemporary, Bangkok

Pillows, a duo exhibition of works by Pam Virada and James Prapaithong

와카(일본의 정형시)의 분위기와 음악성을 형성하는 데 사용된 기법으로 일본영화의 거장인 오즈 야스지로의 'pillow shot'의 뿌리가 된 개념을 주제로 한 전시. 장면과 장면 사이에 삽입된 서정적인 이미지가 창조하는 공백의 서사를 창과 빛, 그림자를 통해 표현한 작품들이 있었다. Pam Virada의 철제 쟁반에 프린팅 한 흐릿한 이미지들과 녹아내린 양초가 재밌었는데 밤중에 희미한 불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올 때 바닥에 비치는 가로수의 그림자를 보는 듯했다. 안에서 밖을 보는지 밖에서 안을 보는지 알 수 없는 이미지를 의도했다고 한다.

doesn't work by Phung-Tien Phan

옆의 또 다른 전시 공간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설치작품을 주로 하는 베트남계 독일인 여성작가인데 위트 있는 작품들 속에서 작가가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두리번거리며 작업을 위한 소스들을 건져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핑곗거리는 저리 치우고 나의 주변으로부터,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당연하고 단순한 동기를 얻었다.


(17) Maureen Psley: Studio M hosting Air de paris, Paris

Pati Hill with Wolfgang Tillmans

복사기를 통한 예술. Pati Hill이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복제하고 프린트한 이미지들은 파인애플, 재단용 가위, 꽃, 장갑 등 집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어머니로 살며 할 수 없게 된 글쓰기를 대체한 예술적 수단이 그에게는 복사기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을 스캐너를 통해 시각적 언어로 변환했다. 그의 작품 맞은편 벽에는 Wolfgang Tillmans가 찍은 해체된 대형 프린터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사진작업을 하는 그가 이미지를 제작하는 장치를 이해하기 위해 분해한 모습이라 한다. 인공지능이 창조한 이미지까지 더해진 과잉의 시대에 살며 '유일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복사기를 처음 본 예술가들도 그러했으리라. 삶과 연결되지 않은 창조물을 예술의 영역에 들일 수 있을까.


(16) Kate Macgarry hosting Tanya Leighton, Berlin

Being John Smith

영국의 아방가르드 영화감독인 John Smith가 그의 평범한 이름에 영향아래 살아온 71년 세월을 기록하는 자서전 같은 전시였다. 이 정도의 세월을 살고 나서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시크한 유머(암에 걸린 뇌 촬영 영상을 틀어주는 것 같은)가 좋았다. 예술가로서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망과는 달리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을 가진 것이 싫었던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 존 스미스들 중에 '영국 영화인 존 스미스'로 위키피디아에 남았으니 대성공 아닌가. 핀즈버리 파크에서 부른 Pulp의 Common People로 영화가 끝난다. 늙으면 늙을수록 더 왼쪽으로 왼쪽으로.


+ Emalin

HEAVY GROUND by Özgür Kar

터키출신 작가의 끈끈이 덫에 걸린 파리들의 교미 애니메이션.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Condo 전시는 다른 공간에서 하는 거고 이 전시는 Emalin 갤러리에서 여는 전시다. 파리의 왱왱거리는 소리가 오페라로 연주되고 마치 인간의 성행위 같은 모습으로 파리들이 교미하는 장면이 길게 계속되는데 작품설명은 죽음과 쇠퇴의 상징으로서의 곤충이 어쩌고 하지만 아무것도 납득이 되지 않고 불쾌한 멜로디만 뇌리에 박혔다는 사실.




Condo London 2025

2025.01.18 - 2025.02.15

런던의 22군데 갤러리에서 세계 여러 나라 49개의 갤러리를 초청해 열리는 전시

https://www.condocomplex.org/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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