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3
남동부 해안으로 불어온 태풍의 영향으로 런던에도 비바람이 불었다. 날씨 탓이었는지 짧은 꿈을 계속해서 꾸다가 여섯 시가 채 되기 전에 눈을 떠버렸다.
집 앞 카페는 천변이고 분위기도 좋은데 커피가 맛이 없다. 카페에서 나와 산책 겸 마트에 다녀오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호박전을 부쳐 점심을 먹고 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하다 보니 해가 비친다. 오랜만의 햇살에 굳이 몸을 돌려 해를 향해 앉았다.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는데도 눈을 찡그려가며 작업을 하고 있자니 어느 정도 영국인이 된 것 같았다.
컴퓨터를 오래 보고 있으니 어질 해져 한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문자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기에 영화를 보기로 하고 팀 버튼의 ‘빅 피쉬’를 다시 보았다. 덕분에 쪼그라들었던 세상이 조금 넓어졌다. 카페인과 약보다 물감과 좋은 이야기가 도움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