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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마

2025/01/24

by Stellar

얼마 전 동생과 같은 침대에서 자는 꿈을 꿨다. 같이 여행을 다닐 때를 제외하면 같은 침대에서 잘 일이 없는데 결혼을 한다니 내심 아쉬웠던 마음이 그렇게 꿈에 나타난 것 같다. 동생도 이제 서른 넷인데 여전히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보다 조그마한 아이로 생각되니 큰일이다. 왜 동생의 결혼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이는 먹었어도 만나면 그저 철없이 장난치며 노는 어린아이로 돌아가니 언제까지고 그럴 거라 생각했나 보다.


뭐든 좋아지면 전력으로 하고 그만둘 때에는 뒤돌아보지 않는 동생이다. 마술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그랬고 마술을 그만두고 기획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오래 만났다가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혼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동생의 마음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식을 올리겠다며 언제쯤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지를 물었다. 몇 달이고 미리 가서 예식장이며 동생의 드레스며 준비할 것들을 함께 하고 싶어졌다.


동생은 어릴 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내가 하는 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베껴해서 그게 그렇게 싫었던 때가 있었다. 글씨체가 너무 똑같아 내 일기장인 줄 알고 읽다가 동생의 일기인 것을 알고 소름이 끼쳤던 적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고 나에게서 베껴간 것들이 동생의 것으로 흡수되고 나니 어느새 내가 배울 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동생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새 가족이 생기는 것일 뿐인데 이상하게 동생을 빼앗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둘이 팬티에 헐렁한 민소매만 걸쳐 입고 배달음식을 시켜 웃기는 드라마를 같이 보는 날들이 이제는 다시없을 것만 같아서 서운하다. 나보다 더 동생편인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어색하다. 예쁘고 멋진 내 동생이 아까워서 내 친구로만 두고 싶다. 동생 집은 평생 아무 때나 들이닥쳐도 되는 곳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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