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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장난감

2025/02/06

by Stellar



10년 전 유럽 배낭여행을 다닐 때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보았던 고대의 예술품들은 충격적으로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에서 내셔널 갤러리와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한 후였는데 중세의 종교적인 그림들은 모두 기억너머 흐릿해지고 로마와 아테네의 유적지에서 본 몇 천년의 시간을 거스른 유물과 조각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주먹보다 작게 만들어진 장난감들과 현대의 동전과 다를 게 없는 신들을 새겨 넣은 동전들이었다. 2022년에 뉴질랜드에서 고대 그리스 전시가 열렸을 때 그리스의 유물들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놀라운 조각품들과 더불어 전시된 도자기의 그림에서 지금과 다르지 않을 고대 예술가들의 유머감각을 읽을 수 있었다.




우연히 그 작품들이 다시 생각나 다시 찾아보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을 장난감들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라 며칠째 이것저것 그려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기놀이, 요요, 팽이 등은 모두 몇 천 년 전의 고대인들이 즐기던 놀이다. 바퀴가 달린 동물 장난감과 관절마다 움직이도록 만든 상아인형은 지금의 인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귀여움에 대한 관점조차 지금과 다르지 않은 건지 장난감과 인형의 표정들도 익살스럽기 그지없다.



기독교가 전파되어 중세가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현대의 미술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그만큼 중세의 예술이 나에겐 안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억압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피어나는 법이니까. 귀여운 장난감을 만들며 선물할 사람을 생각했을 옛사람들을 생각하며 한동안 그 시대에 앉아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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