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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2025/01/03

by Stel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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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s conscience does make cowards of us all,

And thus the native hue of resolution

Is sicklied o'er with the pale cast of thought,

And enterprises of great pitch and moment

With this regard their currents turn awry

And lose the name of action.


그렇게 깨달음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그리하여 결단의 생기 찬 빛깔은

사념의 창백한 기색으로 드리워지고

위대한 정점의 진취와 움직임도

이런 이유로 물길이 틀어져

행동이란 이름마저 잃는다.




체포영장 집행에 불복하는 내란수괴의 부끄럽고 한심한 민낯을 라이브로 전해 듣다가 새벽 늦게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뉴스는 공수처가 집행을 포기하고 철수했다는 소식이었고 저 멀리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촌스러운 영화 같은 일에 오늘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에 Grand Theft Hamlet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 스도쿠를 빼면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GTA(Grand Theft Auto)라는 유명한 온라인 게임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장편영화 한 편을 온라인 게임 속에서 촬영했다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락다운으로 집에 갇혀 게임을 하던 두 배우가 맵을 돌아다니던 중 야외무대를 발견한다. 무대를 만난 반가움에 이들은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장난처럼 읊다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연극무대를 가상세계에서 시도해 보자는 구상을 하게 된다. 폭력과 절도, 난동과 살인을 전제로 설계된 생존게임에서 함께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무대에 올릴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블랙코미디의 연속이다. 얼굴도 진짜 이름도 모르는 채로 때때로 모습을 바꾸는 게임 속 캐릭터들과 오디션을 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끊임없이 총에 맞아 죽고 경찰을 피해 달아난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에 몰두하며 온라인 게임 속에서 온종일을 보내며 두 주인공 샘과 마크는 모니터 앞에 앉은 현실의 자신의 모습과 연기를 연습하고 기획하는 가상의 캐릭터 사이에서 때때로 분열한다. 어렵게 캐스팅한 햄릿 역의 캐릭터는 현실에서 구한 일자리로 게임세계를 떠나고 다른 국적과 삶을 가진 게임 속 배우들을 한시에 모아 연습을 계속하는 것도, 우연과 폭력으로 가득한 가상의 도시에서 무대를 연출하는 것도 황당하고 답답하지만 준비는 계속된다. 죽거나 죽이는 게임 속에서 평화 협정을 맺고 연극을 준비한 그들은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읊으며 하나씩 죽어간다. 무사히 연극을 마치고 자축을 위해 둥글게 서서 그들이 외친 건 “이제 서로 쏴 죽여도 좋아!”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분노한 시민들은 대통령 관저 앞에 앉아 밤을 지새운다. 계엄이 선포되던 그날 밤에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국회로 달려가 내란을 막고 진실을 밝혔다. 쇼츠를 보면 이제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AI로 생성된 영상인지부터 살펴보게 된 세상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박탈감과 무력감, 또 정체 모를 불안함이 엄습하고 그럴 때마다 원하는 것을 밀쳐내고 무언가 다른 것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괴로워진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쓴 극본이 온라인게임에서 상연되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되는 걸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이 세상은 여전히 “To be or not to be” 그것이 문제로다. 그러나 지금 저 찬바닥에 앉아있는 정의를 부르는 사람들, 행동이란 이름을 잃지 않은 사람의 물길은 돌아서지 않고 박탈감과 무력감, 불안감을 휩쓸고 흘러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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