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런던 카페 Ragged School Café

2025/02/09

by Stellar


인아와 주말에 종종 가곤 하는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의 카페다. 이름처럼 오래된 건물 골조가 다 드러난 너덜한 인테리어의 공간인데 사실 이 이름은 이 건물이 학교로 쓰였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Thomas Barnardo가 중국에 선교사로 가기 위해 의학을 공부하러 런던에 왔을 때 콜레라가 창궐한 동런던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의학을 포기하고 이곳에 남기로 결심한다. 1867년에 그는 가난해서 교육받지 못하는 'ragged'(행색이 너덜너덜하고 비루한)한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여는데 그 이름이 바로 'Copperfield Road Ragged School'이다. 런던의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충분한 공립학교가 설립되어 문을 닫게 된 1908년까지 Ragged School은 무료로 낙후된 지역의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뒤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1980년대에 들어 철거 위기에 놓였는데 지역 주민들이 Ragged School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단체를 설립하고 재단장해 1990년에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은 박물관과 더불어 아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이 지역과 학교의 역사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템즈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가는 물줄기에 여유로이 떠있는 백조와 오리들이 창가에 앉으면 눈높이에 내다보이는 건물의 제일 아래층에 이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에는 일요일에 '선데이 로스트'라는 문화가 있는데 카페나 식당, 펍 등에 가면 이 메뉴만 파는 경우가 많다. 가게마다 레시피는 다를 수 있지만 구운 고기, 요크셔푸딩, 익힌 채소가 그레이비소스를 곁들여 나오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일요일 점심시간이라 이 카페에도 사람이 많았고 우리는 커피만 마셨지만 선데이 로스트를 먹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메뉴 중에는 비건을 위한 선데이 로스트 메뉴도 있었다. 주말이라 유난히 북적한 카페의 한편에 자리 잡은 우리 주변으로 앉은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누어 역시 런던은 이민자의 나라임을 체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음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