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8
아침에 눈을 뜨니 동생이 예식장 예약을 했다는 메시지가 와 있다. 12월 21일. 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보내겠구나. 여전히 동생의 결혼이 실제 일어날 사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내가 그때까지 런던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이 비싼 도시에서 가난한 상태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곳에서의 삶은 충분히 즐겁고 가치 있지만 그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닐까. 나에게는 그런 도전정신이 남아있는가. 가진 것들을 모두 털어 넣고도 나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주변의 걱정거리가 되고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더라도 흐트러지지 않을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가. 런던에 온 지 4개월이 되어가는 요즘, 드디어 오랜 고민과 생각들이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충분히 단단한 사람이 되기까지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언제나 알고 있었던 그 길로 발을 들여야 할 때가 왔다. 사회와 미래가 요구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어설픈 감정들을 부수고 다시 긁어모으기를 무한히 반복해야 할 것이다. 유난히 무너지기 쉬운 예민한 마음을 무너질 때마다 다시 쌓고 쌓기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 건넬 수 있는 것이 오직 나의 마음뿐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내가 나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법을 연습하고 연습하기를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계속 이곳저곳으로 떠돌았던 시간이 남긴 인상들이 쌓여 다음 발자국을 남길 이정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