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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PMS

2025/02/11

by Stellar


생리 전 열흘이 되면 정말 어김없이 식욕이 오르고 몸이 붓고 의욕은 없어진다. 투덜대 보아야 내 손해라 그럴 땐 조용히 감정을 추스르고 최선을 다해 생기를 돋울만한 활동을 하려고 애쓴다. 그래도 영 도움이 안 되는 날에는 잠을 좀 더 자거나 열이 올라 추운 몸을 긴 샤워로 달래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자유의지를 자각하며 인간으로 살던 나는 생식을 위한 동물로 설계된 몸뚱이가 마음과 분리되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꼭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자궁선근증이라는 낯선 병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작년에 알게 되었는데 생리 때마다 아랫배가 유난히 더 빵빵해지는 게 그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꽤 흔한 질환이라지만 진행을 막는 건 어려운 병이라 주기적으로 검사받으며 증상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 삶이라는 것이 돌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을 돌보고 마음을 돌보고 주변사람들을 돌보고 집을 돌보고 자식이나 반려동물, 식물을 돌보고 더 여력이 되면 나와 관계가 없는 것들도 돌보고. 잘 돌본 시간들이 모인 삶이라면 미래로 가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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