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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ngphonics

2025/02/14

by Stellar


내 기억엔 아마 이 릴스로 처음 이 밴드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일렉트로닉, 테크노 장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디제잉으로만 채워진 공연은 선호하지 않는데 아날로그 한 방식으로 테크노 음악을 표현하는 이들의 영상이 신선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해놓고 종종 올라오는 릴스로 드럼 세탁기, 분무기, 샤워기, 자전거 등의 온갖 사물로 연주하는 이들의 테크노를 즐겨보고 있다가 월드투어 첫 도시로 런던 공연이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런던에 살며 하는 행복한 고민은 가고 싶은 수많은 공연과 전시 중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거를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금방 공연이 매진되어 다음을 기약하려고 마음먹고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괜스레 금요일이고 밸런타인데이고 해서 공연을 보러 가자는 생각이 들었고 당일에 운 좋게도 취소표를 구하게 되어 운명처럼 이들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외국에 나오면 더욱더 난쟁이가 되는 키가 작은 나는 공연을 맨 앞이나 아예 뒤에서 보지 않으면 앞사람 등짝만 바라보다 올 수밖에 없어 공연장에 입장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무려 일등으로 줄을 서게 됐다. 매진된 공연에 30분 전에 와서 1번으로 입장하는 건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덕분에 펜스 정중앙을 사수하고 공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무대에 선 Klangphonics는 멘트 없이 죽 연주를 이어나갔고 공연 후반부로 들어서자 내 기대에 부응해 재밌는 소품들을 악기 삼아 라이브 테크노를 들려주었다. 재봉사 코스튬으로 무대에서 미싱을 돌리는가 하면 관객들을 향해 돌아다니며 골고루 분무기로 물을 쏴주기도 했는데 기행으로 보이기보다는 음악에 어우러진 예술적 퍼포먼스로 느껴졌다. 테크노는 베를린 테크노라더니 테크노를 즐기지 않던 나도 한겨울에 땀에 젖을 만큼 뛰어놀게 만든 공연이었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테크노 밴드 Klangphonics

2025 투어일정

https://www.klangphon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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