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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Feb 05. 2024

불운의 연속

빼기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뜯어져 염증을 일으켜 빨갛게 부었다. 큰일은 아니지만 사소하게 불편한 날들이 이어졌다. 의도하지 않게 나쁜 일들이 계속 생겼다. 머리를 감다가 미끄러져 정강이를 욕조에 박았다. 피멍이 들고 너무 아팠다. 피멍이 든 부위를 모서리에 또 한 번 박았다. 눈물이 나올 만큼 아팠다. 주식을 큰맘 먹고 샀는데 사자마자 크게 떨어졌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내 손가락이 매수를 했는걸. 매일 같이 다니는 출근길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신호가 걸린 탓에 지각을 했다. 우회전을 못했고 그 찰나 보행자 신호까지 겹쳤다. 유독 그날은 차가 더 막혔다. 세차를 하자마자 비가 왔다. 자주 가지고 다니던 립밤이 부러졌다. 로션을 새로 샀는데 피부에 맞지 않아서 염증이 났다. 항상 나쁜 일은 한 번에 몰아서 온다.


짧은 시간 동안 거슬리는 사소한 불편함들이 지나갔다. 매일매일이 짜증이 났다. 앞으로 올 날에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내일은 뭐 좋은 일이 있겠어하면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기분 나쁠 일들이 아닌데, 연속적으로 다가오니까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일인데. 당장 내가 불편하고 짜증이 나서 내 하루를 그르쳤다. 누구의 탓도 아니고 내 탓인데 남 탓을 하고 싶었다. 머리를 감을 때 조금만 조심했으면, 주식을 조금 신중하게 샀더라면, 아침에 조금 더 일찍 나섰으면, 일기예보를 보고 세차를 했으면, 립밤을 조심히 발랐으면, 로션 성분을 더 알아보고 샀다면. 후회만 남곤 했다.


불행을 만드는 건 나 자신이다. 운이 없어, 불행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게 이뤄지는 거다. 사실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짜증을 내면 낼수록 내 일상만 먹물로 더럽혀졌다. 얼룩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어서 기분이 안 좋았다. 불운이 찾아와도 짜증 내지 말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엇나가면 나만 더 힘드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될 때면 좋은 날을 기억해 보자.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쳐보자. 그러면 조금은 나아질 테니까. 지나고 보면 기분 좋은 날들이 찾아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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