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뜯어져 염증을 일으켜 빨갛게 부었다. 큰일은 아니지만 사소하게 불편한 날들이 이어졌다. 의도하지 않게 나쁜 일들이 계속 생겼다. 머리를 감다가 미끄러져 정강이를 욕조에 박았다. 피멍이 들고 너무 아팠다. 피멍이 든 부위를 모서리에 또 한 번 박았다. 눈물이 나올 만큼 아팠다. 주식을 큰맘 먹고 샀는데 사자마자 크게 떨어졌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내 손가락이 매수를 했는걸. 매일 같이 다니는 출근길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신호가 걸린 탓에 지각을 했다. 우회전을 못했고 그 찰나 보행자 신호까지 겹쳤다. 유독 그날은 차가 더 막혔다. 세차를 하자마자 비가 왔다. 자주 가지고 다니던 립밤이 부러졌다. 로션을 새로 샀는데 피부에 맞지 않아서 염증이 났다. 항상 나쁜 일은 한 번에 몰아서 온다.
짧은 시간 동안 거슬리는 사소한 불편함들이 지나갔다. 매일매일이 짜증이 났다. 앞으로 올 날에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내일은 뭐 좋은 일이 있겠어하면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기분 나쁠 일들이 아닌데, 연속적으로 다가오니까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일인데. 당장 내가 불편하고 짜증이 나서 내 하루를 그르쳤다. 누구의 탓도 아니고 내 탓인데 남 탓을 하고 싶었다. 머리를 감을 때 조금만 조심했으면, 주식을 조금 신중하게 샀더라면, 아침에 조금 더 일찍 나섰으면, 일기예보를 보고 세차를 했으면, 립밤을 조심히 발랐으면, 로션 성분을 더 알아보고 샀다면. 후회만 남곤 했다.
불행을 만드는 건 나 자신이다. 운이 없어, 불행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게 이뤄지는 거다. 사실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짜증을 내면 낼수록 내 일상만 먹물로 더럽혀졌다. 얼룩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어서 기분이 안 좋았다. 불운이 찾아와도 짜증 내지 말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엇나가면 나만 더 힘드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될 때면 좋은 날을 기억해 보자.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쳐보자. 그러면 조금은 나아질 테니까. 지나고 보면 기분 좋은 날들이 찾아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