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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독 Feb 06. 2024

마음소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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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오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희로애락을 뜻한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네 가지의 감정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이 무수히 많다. 어떻게 보면 큰 감정 덩어리 한 가지에만 집중을 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관계는 덤으로 찾아오기에,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내가 기쁜 마음이 들 때면 행복감을 표현하면 되었다. 분노가 차오를 땐 점잖게 화내는 연습을 했다. 슬픔이 느껴질 때면 잠시 동굴에 들어갔지만 금방 다시 나왔다. 즐거울 때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마음속에 은은하게 타오르는 소각장이 있다. 지내면서 필요 없는 감정들을 소각하려고 만들어 두었다. 은근히 필요 없는 감정들이 많았다. 나 자신을 아프게 하고 더 나아가서 타인도 헤치는 그런 감정들 말이다. 당신이 기쁜 마음을 표현하면 함께 기뻐했다. 시기와 질투를 소각했다. 당신이 나에게 화를 낼 때면 원인을 찾으려 했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를 하고 오해가 있으면 소명을 했다. 억울함과 나의 분노를 소각했다. 당신이 슬퍼할 때면 위로와 공감을 나누었다. 말없이 안아주었다. 가식적인 생각과 귀찮음을 소각했다. 당신이 즐거울 때면 함께 뛰놀며 노래를 불렀다. 맑고 예쁜 웃음은 덤이었다. 지난 일에 대한 후회를 소각했다.


좋지 않은 감정들은 이미 그을려서 금방 태워졌다. 어쩌면 불에 닿기도 전에 없어져 가던 것들이 아닐까 싶었다. 재가 되어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시는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기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늘 바라면서.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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